동업을 준비 중이신가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계약서 없이 시작하면 100% 후회합니다. 이 글은 변호사 선임 비용이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해, 과거 동업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동업 계약서의 10가지 핵심 조항과 작성법을 A부터 Z까지 알려드립니다.
"우리 사이에 뭘 이런 걸..." 이 말이 가장 위험한 이유
몇 년 전, 저는 가장 믿었던 친구와 함께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열정과 서로에 대한 굳건한 신뢰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동업 계약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저희는 서로 얼굴을 보며 웃었습니다. "야,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걸 쓰냐?" 그 말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업이 잘 될 때는 모든 게 좋았습니다. 하지만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하자, 애매하게 정해둔 역할과 책임, 불분명한 수익 분배 구조가 마찰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사소한 의견 다툼은 걷잡을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한때 가장 친한 친구였던 우리는 법정에서 서로를 마주 봐야 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까지 갔습니다.
수억 원의 손실보다 더 아팠던 것은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때 피 같은 돈을 내고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동업 계약서는 서로를 믿지 못해서 쓰는 게 아니라, 미래에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과 '우리 자신'을 믿지 못해서 쓰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것을요.
이 글은 과거의 저처럼, 뜨거운 열정만 믿고 차가운 현실을 준비하지 못하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생존 가이드'입니다.
변호사 없이 동업 계약서 쓸 때, 놓치면 100% 싸우는 핵심 조항 10가지
변호사를 통해 완벽한 계약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초기 창업팀에게 수백만 원의 자문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에 떠도는 양식을 그대로 복사해서 쓰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래 10가지 조항은 제가 과거의 실패를 복기하며, 그리고 이후 여러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이것만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된 핵심 내용입니다. 각 조항마다 동업자와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사업의 목적과 범위: 우리 배는 어디로 가는가?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첫 단추입니다. "우리는 온라인 쇼핑몰을 한다"처럼 두루술하게 정하면 안 됩니다.
여성 의류 쇼핑몰인지, 반려동물 용품 쇼핑몰인지, 그리고 앞으로 사업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예: 오프라인 매장, 해외 진출)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유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배는 결국 산으로 가게 됩니다.
📝 이렇게 작성하세요:
"본 계약은 '2030 여성을 타겟으로 한 친환경 소재 의류' 온라인 쇼핑몰 'OOO'의 공동 운영을 목적으로 하며, 향후 3년 내 오프라인 쇼룸 개설을 장기 목표로 한다." 와 같이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단기/장기 목표를 명시하세요.
2. 출자 방식 및 지분: 돈, 시간, 기술, 어떻게 나눌 것인가?
동업에서 가장 많이 싸우는 지점입니다. 단순히 "5천만 원씩 투자했으니 50:50"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위험합니다.
한 명은 돈만 투자하고, 다른 한 명은 돈과 함께 자신의 시간과 기술(개발, 디자인 등) 전부를 투입한다면 기여도가 같을까요? 현금, 현물(사무실, 장비), 기술, 특허, 영업력 등 모든 형태의 기여를 객관적인 가치로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지분을 설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나는 이만큼 일하는데..."라는 억울함이 반드시 싹트게 됩니다.
3. 역할과 책임(R&R): "누가 할 거야?" 싸움을 막는 유일한 방법
초기에는 모두가 모든 일을 합니다. 하지만 사업이 조금만 커져도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으면 책임은 미루고 권한만 주장하게 됩니다.
마케팅, 개발, 디자인, 고객 관리, 재무 등 주요 업무 영역을 나누고 각 영역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마케팅은 같이 잘 해보자"가 아니라, "모든 마케팅 활동의 기획, 실행, 성과 측정의 최종 책임은 OOO에게 있다"고 못 박아야 합니다.
4. 의사결정 방식: 만장일치 vs 다수결, 미리 정해야 땅을 치지 않는다
사소한 결정부터 사업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결정까지, 어떻게 의견을 모을지 미리 정해야 합니다.
일상적인 업무(예: 100만 원 이하 비용 집행)는 각자 책임 하에 처리하되, 중요한 의사결정(예: 신규 투자 유치, 핵심 인력 채용)은 어떤 방식으로 할지 규칙을 정하세요. 2인 동업이라면 만장일치가 원칙이겠지만, 의견이 계속 충돌할 경우를 대비해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등의 해결책도 함께 명시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5. 수익 및 손실 분배: 돈 앞에서 의리 상하지 않으려면
지분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 기본이지만, 사업 초기에는 수익을 재투자할지, 언제부터 얼마를 배당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또한, 수익뿐만 아니라 손실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도 반드시 논의해야 합니다. 희망적인 미래만 이야기하다가 위기가 닥쳤을 때 손실 분담 문제로 등을 돌리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6. 급여 및 경비 처리: '내 돈'과 '회사 돈'의 명확한 경계
동업자도 일을 한다면 급여를 받아야 합니다. 언제부터, 얼마의 급여를 받을지, 그리고 사업상 필요한 경비(교통비, 식대 등)는 어떤 기준과 한도로 처리할지 명확한 규칙을 세워야 합니다. '회사 돈 = 내 돈'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신뢰는 깨지기 시작합니다.
7. 계약 해지 및 지분 정리 (Exit): 가장 중요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이 그만두고 싶을 때, 남은 지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남은 동업자가 우선적으로 매수할 권리(우선매수권)를 가질지, 지분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지(예: 최근 1년 순이익의 N 배)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정해두지 않으면, 헤어지는 과정에서 회사가 공중분해될 수 있습니다.
8. 경업 및 비밀유지 의무: 헤어져도 비수는 꽂지 말자
동업을 통해 알게 된 회사의 핵심 기술, 고객 정보 등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동업 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일정 기간(예: 2년) 동안 동일 업종으로 창업하거나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필수입니다.
또한, 동업 기간은 물론 종료 후에도 회사의 비밀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9. 분쟁 해결 절차: 최악의 상황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아무리 꼼꼼하게 계약서를 작성해도 분쟁은 생길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작정 소송으로 가기보다는 먼저 상호 협의를 시도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대한상사중재원의 '상사 중재'를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송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10. 계약의 변경: 시대가 바뀌면 계약도 변해야 한다
사업 환경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맨 처음 작성한 계약서가 5년, 10년 뒤에도 유효할 수는 없습니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거나 핵심 전략이 바뀔 때, 어떤 절차(예: 동업자 전원 서면 동의)를 통해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지 명시해야 합니다.
⚠️ 법적 효력 및 전문가 검토의 중요성
이 글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양식은 동업 계약의 핵심적인 사항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는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실제 계약서 작성 시에는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특히 투자 규모가 크거나 사업 구조가 복잡한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동업 계약서, 작성보다 중요한 '이것'
위 10가지 조항을 바탕으로 계약서 초안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계약서의 '문구'가 아니라, 이 조항들을 채워나가는 '과정'입니다.
돈, 책임, 권한, 그리고 최악의 상황까지. 다소 불편하고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하는 과정 그 자체가 바로 동업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파트너라면, 당신의 동업은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계약서는 단지 서류가 아닙니다. 서로의 기대를 조율하고, 약속을 명확히 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공동의 '설계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네, 반드시 필요합니다. 법인 설립 시 작성하는 '정관'은 회사의 기본적인 규칙을 정하는 것이고, '주주 간 계약(동업 계약서)'은 주주(동업자)들 사이의 구체적인 권리, 의무, 관계를 정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정관만으로는 규정하기 힘든 지분 정리, 역할, 의사결정 방식 등을 동업 계약서에 상세히 담아두어야 법적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증 자체가 계약의 효력 발생 요건은 아닙니다. 즉, 공증을 받지 않아도 당사자들의 서명이 있다면 계약은 유효합니다. 하지만 공증을 받으면 계약서의 진정성(작성 사실)이 공적으로 증명되고, 분실 위험이 줄어들며, 향후 분쟁 발생 시 강력한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받아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먼저 계약서에 명시된 '분쟁 해결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내용증명 등을 통해 계약 이행을 촉구하고, 상호 협의를 시도합니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계약서에 따라 중재를 신청하거나, 최후의 수단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분쟁 해결 절차를 명확히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디 저의 실패 경험이 당신의 성공적인 동업을 위한 단단한 주춧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불편한 대화를 피하지 마세요. 그 대화의 끝에 진짜 신뢰가 있습니다.
혹시 동업 계약서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상황을 공유해주시면,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 인생선배 박병진 드림 -
면책 조항 (Discla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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