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생존 백서
"가맹 계약서의 함정부터 본사와의 갈등 관리, 상권 분석, 마케팅 전략까지. 성공이 아닌 '생존'을 위한 프랜차이즈와 자영업의 모든 것을 기록합니다. 이 백서가 당신의 방패가 될 것입니다."

오너 리스크: 사장님 개인 SNS가 가게 매출을 반토막 내는 이유

개인적인 공간이라 믿었던 SNS에 무심코 올린 정치, 종교 관련 글 하나가 어떻게 성실하게 일궈온 가게를 폐업으로 몰아넣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오너 리스크의 무서움을 파헤칩니다. 당신의 가게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디지털 생존 가이드를 확인하세요.

"내 가게는 괜찮겠지" 가장 위험한 착각

사장님, 혹시 개인 SNS 계정에 이런 글을 올린 적 없으신가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개인적인 소신, 혹은 특정 종교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마 대부분은 "개인 공간인데 뭐 어때" 혹은 "나를 아는 친구 몇 명만 보는 건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겁니다.

그 안일한 생각이 사장님의 가게 문을 닫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건 겁을 주려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컨설팅했던, 그리고 안타깝게 지켜봐야만 했던 수많은 사례가 증명하는 냉혹한 현실입니다.


사건의 재구성: 평범한 동네 카페, 어떻게 3주 만에 폐업했나

영업을 마친 텅 빈 카페 내부에서 유리창 밖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사장님의 뒷모습, 폐업의 쓸쓸한 순간을 담은 사진

여기, 5년간 성실하게 운영해 온 작은 동네 카페가 있었습니다. 커피 맛도 좋고, 사장님도 친절해서 단골도 꽤 많았죠.

문제는 사장님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서 시작됐습니다. 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특정 진영을 비판하는 글을 전체 공개로 올린 겁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좋아요'와 댓글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프로불편러'가 그 글을 캡처해 맘카페와 정치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OO동에 이런 생각 가진 사장이 하는 카페가 있다"는 글은 순식간에 수십 개의 커뮤니티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다음은, 아마 상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 별점 테러: 가게에 와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네이버 플레이스와 배달앱에 1점짜리 리뷰와 악플을 쏟아냈습니다.

  • 전화 테러: 하루 종일 가게로 욕설과 비난 전화가 빗발쳐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습니다.

  • 불매 운동: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 불매 운동이 벌어졌고, 단골들의 발길마저 뚝 끊겼습니다.

사장님은 뒤늦게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이미 ‘좌표 찍힌’ 가게에 붙은 불을 끄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그 카페는 논란이 시작된 지 불과 3주 만에 폐업 신고를 해야 했습니다.

5년의 세월과 노력이 단 하나의 게시글로 허무하게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닌 ‘오너 리스크’의 문제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항변할지도 모릅니다. "내 개인 계정에 내 생각을 말하는 게 표현의 자유지, 뭐가 문제냐?"

물론 맞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사장님, 우리는 지금 헌법을 논하는 게 아니라 ‘장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고객은 사장님의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관을 보고 커피를 사지 않습니다. 그들은 돈을 내고 합당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길 원할 뿐입니다. 그런데 사장님의 개인적인 발언이 고객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자신과 반대된다는 이유로 적대감을 느끼게 한다면 어떨까요?

⚠️ 중요 경고

고객은 언제든 사장님 가게를 소비하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사장님의 발언 하나가 잠재 고객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오너 리스크의 본질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가 발달한 시대에는 그 리스크가 예측 불가능한 속도와 규모로 확산됩니다. 그들은 당신 가게의 음식 맛이나 서비스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저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마녀사냥의 쾌감을 즐길 뿐입니다.


당신의 가게를 지키는 최소한의 원칙: 디지털 행동 강령 3가지

그렇다면 이 무서운 오너 리스크로부터 내 가게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복잡한 거 다 빼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3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개인 계정과 가게 계정은 반드시 분리하고, 개인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하라

가장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가게 홍보용 계정에는 철저히 가게 정보만 올리세요. 그리고 사적인 생각을 올리는 개인 계정은 반드시 '친구 공개'나 '비공개'로 전환해야 합니다.

음... 여기서 '친구 공개'도 완벽한 답은 아닙니다. 제가 컨설팅했던 한 사장님은 '친구 공개'로 올린 글이 친구의 친구를 통해 캡처되어 퍼져나갔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완전 비공개입니다.

2. 어떤 경우에도 '논쟁적인 주제'는 언급하지 마라

개인 계정이라도 절대 언급해서는 안 되는 주제들이 있습니다. 이것만은 꼭 기억하십시오.

3. 고객, 직원과는 개인 SNS 친구를 맺지 마라

친밀감의 표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잠재적인 리스크를 내 가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고객이나 직원이 사장님의 사적인 게시글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이를 외부에 알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합니다.

업무적인 소통은 다른 채널을 이용하고, 개인적인 공간은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미 좌표가 찍혔다면: 최악을 피하는 대응법

만약 이미 문제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완벽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원칙은 존재합니다.

📝 위기 대응 3단계

1. 싸우지 말고, 즉시 삭제하고, 사과하라: 변명하거나 싸우려 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논란이 된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고, "의도와 다르게 불편함을 드렸다면 죄송하다"는 취지의 간결한 사과문을 올리는 것이 최선입니다.

2. 감정적 대응을 멈춰라: 쏟아지는 악플에 일일이 대응하지 마세요. 그들은 사장님의 해명을 들을 생각이 없습니다. 무대응이 상책일 때가 많습니다.

3. 법적 대응은 신중하게: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나 영업방해에 대해서는 증거를 수집하여 법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논란을 더 키울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입니다. 어설픈 해명이나 감정적인 싸움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장님, 당신의 펜스는 튼튼합니까?

글을 쓰다 보니 참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해서 가게 하나 일궈온 게 죄도 아닌데, 보이지 않는 온라인 공간의 위험까지 신경 써야 하는 현실이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시대가 변했고, 이것 또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사장님의 SNS는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잠재적인 화약고일 수 있습니다. 오늘 당장, 내 가게를 지키는 울타리에 구멍은 없는지, 펜스는 튼튼하게 쳐져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으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A)

Q 가게 홍보를 위해 사장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노출하는 '퍼스널 브랜딩'과는 다른 건가요?
A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가게의 긍정적 이미지와 연결될 수 있는 '안전한' 사적 영역(예: 창업 스토리, 메뉴 개발 과정, 개인적인 성장기)을 전략적으로 노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 종교, 이념 등과 같은 '논쟁적' 주제는 브랜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잠재 고객을 적으로 돌릴 뿐입니다. 안전한 브랜딩과 위험한 리스크는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Q 저는 단지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뿐인데, 이게 왜 문제가 되나요?
A

안타깝게도 사장님이 생각하는 '상식'이 모든 고객의 '상식'은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아주 사소한 표현 하나가 왜곡되고 확대해석되기 쉽습니다. 내 생각은 상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공격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어야 합니다. 장사를 하는 동안만큼은 나의 상식보다 고객의 감정이 우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상황에 대한 법률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법적 문제 발생 시에는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인생선배 박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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