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군 가게를 아들이 물려받길 원하지만, 자녀가 완강히 거부할 때의 해법을 다룹니다. 이 글은 자녀를 설득하는 방법이 아닌, 가족 관계와 사업 모두를 지키는 현실적인 3가지 '출구 전략'(매각, 전문경영인, 역할 재정의)을 제시합니다.
"아들은 절대 안 받겠다"… 그 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평생을 바친 가게입니다.
사장님의 청춘, 땀,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그 공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들이 이어받아 더 키워주길 바라는 마음, 백번 천번 이해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싫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주 완강하게요.
지금 이 글을 찾아오신 사장님께서는 아마 아들을 '설득할 방법'을 찾고 계셨을 겁니다. 하지만 잠시만요. 그게 정말 최선의 방법일까요?
저는 수십 년간 수백 명의 자영업자 사장님들을 컨설팅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늘 사장님과 똑같은 문제로 끙끙 앓던 분들도 수없이 만났습니다.
자녀를 '설득'하려 했던 집안은 단 한 곳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관계만 틀어지고, 가게는 가게대로 망가지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지금 사장님이 하셔야 할 첫 번째 일은, '아들은 이 가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섭섭하고 야속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냉정한 '사업가'의 눈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셔야 합니다.
아들이 거부하는 진짜 이유: 섭섭함보다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사장님은 아마 "내가 이걸 어떻게 일궜는데…"라며 섭섭한 마음이 앞설 겁니다.
하지만 아들이 거부하는 데는 그들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1세대와 2세대가 그리는 '성공'이 다릅니다
사장님 세대에게 '성공'이란 내 가게, 내 사업체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희생하며 자산을 불려나가는 것이 미덕이었죠.
하지만 지금 20대, 30대인 아들 세대는 다릅니다. 그들에게 '성공'이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며, '자아실현'입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아버지처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게에 묶여 사는 삶을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건 아들이 게으르거나 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성공의 기준값이 달라진 것뿐입니다.
'빚'과 '헌신'의 무게: 아들에겐 공포일 수 있습니다
사장님 눈에는 가게가 '평생의 자산'으로 보이겠지만, 아들 눈에는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며 짊어져야 할 대출금,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월세와 인건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진상 손님이나 직원 문제까지….
사장님은 그걸 '책임감'으로 버텨내셨겠지만, 아들에겐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을 옭아맬 '족쇄'나 '공포'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헌신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에, 자신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이죠.
최악의 선택: '설득'이라는 이름의 '강요'
이런 상황에서 사장님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수가 있습니다.
바로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고생했는데", "남들은 다 물려받고 싶어서 난리다"라며 죄책감이나 비교를 통해 아들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이건 설득이 아니라 감정적인 강요일 뿐입니다. 이런 방식은 아들의 마음을 더 완강하게 닫아버리고,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의 골을 만들게 됩니다.
⚠️ 중요 경고: 감정 싸움의 끝
가업승계 갈등의 본질은 '사업'이 아닌 '감정'입니다. 만약 사장님께서 이 문제를 '설득'의 대상으로만 접근하신다면, 결국 평생 일군 사업체와 평생 사랑한 아들 모두를 잃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설득'하려는 마음을 멈추십시오.
아들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면, 이제 사장님은 '플랜 B'를 가동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장님의 사업과 가정을 모두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가업승계, '승계'가 아닌 '출구 전략'으로 다시 보십시오
아들이 안 받겠다는 건, 사장님께 "이제 다음 스텝을 준비하세요"라는 명확한 신호입니다.
사장님의 '은퇴'와 가게의 '미래'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만이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사장님께는 3가지의 현실적인 선택지가 있습니다.
1안: 가장 냉정하고 확실한 길, '매각' (M&A)
가장 현실적이고 깔끔한 방법입니다. 가게를 원하는 사람에게 제값을 받고 파는 것입니다.
평생 일군 가게를 남의 손에 넘긴다는 게 섭섭하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컨설팅한 30년 된 설렁탕집 사장님은 "30년 키운 딸 시집보내는 것보다 더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이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매각은 '실패'가 아닙니다. 사장님의 땀과 역사를 '가장 높은 가치'로 현금화하는 성공적인 '엑시트(Exit)'입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사장님은 편안한 노후를 즐기실 수 있고, 아들은 자신만의 삶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2안: '소유'는 하되, '경영'은 맡긴다 (전문경영인)
가게를 당장 팔고 싶지는 않고, 아들도 경영할 의사가 없다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고려해야 합니다.
믿을 만한 직원이나 외부의 전문가를 '바지사장'이 아닌,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전문경영인(CEO)'으로 앉히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사장님만큼 가게를 사랑하고 꼼꼼하게 챙길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명확한 시스템과 성과 보상 체계를 갖춘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사장님은 '사장'이 아닌 '회장'의 자리에서 큰 방향성만 제시하고, 아들은 '주주'로서 배당을 받는 구조입니다.
3안: 아들의 '역할'을 재정의합니다 (지분 참여)
아들이 '경영'은 싫지만, '가게 자체'에 애정이 있거나 '자본 수익'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2안처럼 전문경영인을 두되, 아들에게는 경영자가 아닌 '대주주' 또는 '이사'로서의 역할만 부여하는 것입니다. 현장 일은 하지 않더라도, 주요 의사결정에만 참여하며 가게의 성장을 돕고 수익을 공유받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아들에게 '경영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가족 사업'이라는 연결고리를 유지할 수 있는 영리한 절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꿈'과 아들의 '삶'을 바꾸는 첫 대화
위 3가지 안을 정리했다면, 이제 아들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시간입니다. '설득'이 아닙니다. '협상'입니다.
이렇게 시작해 보십시오.
"아들아. 네가 이 가게를 맡기 싫다는 거, 이제 아빠도 충분히 이해한다. 네 인생은 네 것이니까."
"그래서 아빠가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봤다. 이건 '가게'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 아빠의 '사업 파트너'로서 한 번 들어봐 주면 좋겠다."
아들을 '자식'이 아닌 '파트너'로 존중하고, 사장님의 섭섭함이 아닌 '가게의 미래'라는 객관적인 안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십시오.
그리고 위 3가지 안(매각, 전문경영인, 지분 참여)을 설명하며 아들의 의견을 물어보십시오. 어떤 길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가장 합리적일지 함께 의논하십시오.
그 순간, 아들은 아버지를 '고집불통 꼰대'가 아닌, '존경할 만한 사업가'로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그 마음이 사장님을 더 힘들게 하실 겁니다. 하지만 매각 시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거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게의 노하우를 아는 숙련된 직원은 인수자 입장에서도 큰 자산입니다. 또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경우, 오히려 직원들에게 더 명확한 비전과 성장 기회를 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막연한 기대' 때문에 사장님의 중요한 '은퇴 계획'을 미루시면 안 됩니다.
오히려 3안(지분 참여)처럼 부담 없는 역할을 제안했을 때, 아들이 서서히 사업의 매력을 느끼고 나중에 "제가 직접 경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선택권과 자유를 줄 때, 비로소 책임감도 생기는 법입니다.
사장님의 '성공'은 가게가 아니라, 사장님 자신입니다
저도 아버지가 계십니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아버지들의 그 묵직한 삶의 무게를 감히 다 이해한다고 말씀드리진 못하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은 이미 성공하셨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서 지금의 가게를 일구어내셨고, 가정을 지켜내셨습니다. 그 가게가 사장님의 성공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장님 자신이 바로 그 '성공의 증거'입니다.
가게를 물려주지 못한다고 해서 그 성공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사장님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 사장님의 또 다른 위대한 업적인 '가족'을 무너뜨리는 비극을 만들지 마십시오.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조금 내려놓고, 사장님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현명한 '출구'를 고민하실 때입니다.
[법적/세무 관련 면책 조항]
본 콘텐츠는 가업승계와 관련된 일반적인 정보 및 경영 전략적 조언을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는 특정 개인의 상황에 대한 법률적, 세무적, 재정적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지분 정리, 증여, 상속, 매각(M&A)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실행 과정에서는 반드시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 공신력 있는 전문가의 전문적인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부정확한 정보나 개인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인한 재산상의 손실이나 법적 문제에 대해 본 블로그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사장님의 현명한 결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사장님들의 성공적인 생존 전략을 돕는 컨설턴트, 인생선배 박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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