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생존 백서
"가맹 계약서의 함정부터 본사와의 갈등 관리, 상권 분석, 마케팅 전략까지. 성공이 아닌 '생존'을 위한 프랜차이즈와 자영업의 모든 것을 기록합니다. 이 백서가 당신의 방패가 될 것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비용 월 10만 원"... 폐기율 0% 만드는 식자재 재고관리 시스템

매달 받아보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고지서에 한숨 쉬는 사장님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주먹구구식 재고관리로 매달 10만 원 넘게 버렸던 제가, 폐기율 0%에 도전하며 순이익을 지켜낸 3단계 식자재 재고관리 시스템과 남은 음식 활용법을 남김없이 공개합니다.

월 10만 원, 당신도 모르게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습니다

마감 후 작은 식당 주방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며 한숨 쉬는 30대 후반의 한국인 남자 사장님의 옆모습. 통 안에는 버려진 시든 채소와 유제품이 보인다. 음식물 쓰레기 비용에 대한 고민을 표현하는 장면.

어느 날 저녁, 마감을 마치고 평소처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오늘 하루 내가 버린 식자재가 대체 얼마어치일까. 시들해진 양상추,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우유, 어중간하게 남은 자투리 채소들. 하나하나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이게 한 달, 일 년이 모이면 어마어마한 돈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 받아본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고지서에 찍힌 1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보고 손이 떨렸습니다. 열심히 팔아 남긴 돈이, 제 손으로 직접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었던 겁니다. 이건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 가게의 순이익이, 저의 노력이 줄줄 새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습니다.

많은 사장님들이 인건비나 임대료 같은 큰 비용에는 민감하지만, 매일 조금씩 발생하는 식자재 폐기 비용, 즉 로스(Loss)에는 의외로 둔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구멍이 결국 둑을 무너뜨립니다.


모든 것의 시작: 선입선출, 눈이 아닌 시스템으로 잡아라

재고관리의 가장 기본은 선입선출(First-In, First-Out)입니다. 먼저 들어온 식자재를 먼저 사용하는 것.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죠. 저도 당연히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땠을까요?

바쁜 시간에는 주방 안쪽에 있는 예전 식자재를 꺼내기보다, 손에 잡히기 쉬운 새 식자재를 먼저 뜯기 마련입니다. 결국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료들은 구석에서 조용히 버려질 날만 기다리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도입한 첫 번째 원칙은 바로 눈이 아닌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라벨링과 보관 위치의 공식화

한국 식당 주방에서 위생장갑을 낀 손이 신선한 양상추가 담긴 투명한 용기에 '입고일: 25.09.11'이라고 적힌 라벨을 붙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근접 사진. 선입선출을 위한 재고관리 첫 단계.

아무리 강조해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건 직원의 잘못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모든 식자재에 입고 날짜와 유통기한을 적은 라벨을 붙이는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와 선반의 각 칸마다 보관 품목과 위치를 정해두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위 칸은 ‘가장 먼저 사용해야 할 재료(D-1, D-2)’ 존으로 지정하고,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두어 누구든 자연스럽게 먼저 사용하도록 동선을 설계했습니다.

한국 식당의 업무용 냉장고 내부를 찍은 사진. 위 칸에 '가장 먼저 사용해야 할 재료'가 담긴 투명한 용기들이 정돈되어 있고, 아래 칸에도 다양한 식자재가 깔끔하게 보관되어 있다. 식자재 보관 위치를 시스템화한 모습.

📝 작은 팁 하나

저는 투명한 식자재 보관 용기를 사용했습니다. 내용물이 한눈에 보이니 재고 파악도 쉽고, 직원들이 굳이 열어보지 않아도 어떤 재료가 얼마나 남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감(感)으로 하던 발주, 데이터로 바꾸는 3단계 엑셀 시스템

식자재 폐기율 0% 도전 로드맵 인포그래픽. 1단계 현실 점검, 2단계 시스템 구축(선입선출, 데이터 발주, 자투리 활용), 3단계 기대효과(순이익 상승)의 과정을 아이콘과 그래프로 설명.

선입선출이 방어 전략이라면, 정확한 발주는 공격적인 원가 절감 전략입니다. 예전의 저는 그저 감으로 발주했습니다. "지난주에 이 정도 썼으니, 이번 주도 비슷하겠지?" 하는 아니란 생각이었죠. 결과는 늘 어중간하게 남아 버려지는 식자재들이었습니다.

이 주먹구구식 발주를 끝내기 위해, 저는 엑셀을 켜고 간단한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딱 3단계만 따라 해보세요.

1단계: 버려지는 것들 기록하기 (폐기 리스트 작성)

한국인 사장님이 식당 주방 사무실에서 폐기 리스트를 작성하는 모습. 손으로 노트에 '폐기 품목'을 적고 있고, 그 옆으로 '폐기 리스트' 엑셀 시트가 열린 모니터와 함께 버려질 양상추와 채소 조각이 놓여 있다.

가장 먼저, 내가 무엇을 얼마나 버리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매일 마감 시, 폐기하는 식자재의 품목과 수량, 그리고 폐기 사유(유통기한 경과, 품질 저하 등)를 간단하게 엑셀 시트에 기록했습니다.

처음에는 귀찮고 마음 아픈 과정이지만, 이 데이터가 쌓이면 우리 가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 한눈에 보이게 됩니다.

2단계: 요일별 판매 데이터 정리하기

한 한국인 남자 사장님이 식당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엑셀로 정리된 요일별 판매량 그래프를 분석하고 있다. 집중한 표정에서 데이터 기반의 발주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POS 데이터를 활용할 차례입니다. 지난 한두 달간의 메뉴별, 요일별 판매량을 엑셀에 정리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떤 요일에 어떤 메뉴가 많이 나가고, 그 메뉴에 어떤 식자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객관적인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 가게는 유독 비 오는 수요일에 김치전이 많이 나갔습니다. 그렇다면 화요일에는 김치와 부침가루 재고를 미리 확인하고, 부족하면 수요일 오전에 소량 발주하는 식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거죠.

3단계: 나만의 최소/최대 발주량 공식 만들기

컴퓨터 화면에 식자재별 '최소 재고량'과 '최대 발주량'이 적힌 엑셀 시트가 열려 있고, 옆에서 한국인 사장님이 펜으로 체크리스트에 표시하며 재고 시스템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발주 공식이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1, 2단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품목별 최소 재고량최대 발주량을 정할 수 있습니다. 최소 재고량은 이 수량 이하로 떨어지면 즉시 발주해야 하는 기준점이고, 최대 발주량은 아무리 많이 주문해도 이 수량을 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입니다.

식자재 발주량 관리 예시 (단위: kg)
식자재 최소 재고량 최대 발주량

양파

5

10

대패삼겹살

3

7

이 간단한 시스템만으로도 저는 불필요한 과잉 발주를 막고, 폐기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버려질 자투리가 효자로, 오늘의 메뉴 개발 황금 공식 2가지

아무리 시스템을 잘 만들어도 어쩔 수 없이 남는 자투리 재료들이 생깁니다. 양파 반쪽, 대파 쪼가리, 애매하게 남은 다진 고기. 예전 같았으면 그냥 버렸을 이 재료들이 이제는 추가 매출을 올려주는 효자가 됐습니다.

공식 1: 기존 메뉴의 변주곡

한국 식당 주방에서 셰프복을 입은 손이 자투리 채소를 김치볶음밥 재료가 담긴 프라이팬에 넣고 있다. 남은 재료를 기존 메뉴에 활용하여 추가 매출을 올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 메뉴를 살짝 변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중간하게 남은 자투리 채소와 다진 고기가 있다면, 기존 김치볶음밥에 이 재료들을 듬뿍 넣어 ‘오늘의 스페셜 볶음밥’으로 판매하는 겁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조금 더 풍성한 메뉴를 맛볼 수 있어 좋고, 가게 입장에서는 버려질 재료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공식 2: 식자재 조합의 마술

한국 식당 주방에서 위생장갑을 낀 손이 스테인리스 볼에 남은 두부와 자투리 채소를 넣고 섞는 모습. 버려질 재료들로 새로운 사이드 메뉴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

조금 더 창의적인 방법은, 남은 재료들을 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것입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두부 반 모와 자투리 채소가 있다면, 이걸 으깨어 동그랑땡을 만들어 ‘오늘의 사이드 메뉴’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식 메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메뉴’, ‘한정 판매’ 같은 이름으로 희소성을 부각하면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오히려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장님 혼자만 애쓰지 마세요, 전 직원이 동참하는 문화 만들기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장님 혼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직원들의 참여와 공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매주 짧게라도 직원들과 함께 폐기 리스트를 공유하며 왜 우리가 재고관리를 해야 하는지,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이득으로 돌아오는지 투명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재고관리를 통해 아낀 비용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거나, ‘오늘의 메뉴’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포상하는 등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 중요 경고

재고관리는 단순히 돈을 아끼는 행위가 아닙니다. 더 신선한 재료로 고객에게 더 좋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자, 우리 가게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적인 경영 활동입니다. 이 철학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지던 월 10만 원은 이제 제 가게의 순이익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귀찮았지만, 작은 시스템을 만들고 꾸준히 실행하니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장님, 오늘 마감 후에 우리 가게 음식물 쓰레기통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그 안에 돈이 버려지고 있다면, 내일부터 저와 함께 폐기율 0%에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자주 묻는 질문 (Q&A)

Q 엑셀을 전혀 다룰 줄 모르는데, 저도 할 수 있을까요?
A

물론입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시스템은 복잡한 함수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품목, 수량, 날짜를 기록하고 더하고 빼는 수준의 아주 기본적인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입니다. 유튜브 등에서 엑셀 기초 강의를 10분만 보셔도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Q 직원들이 자꾸 선입선출이나 라벨링을 잊어버리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잔소리보다 명확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주방에 붙여두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신규 입고 시 라벨링 하기', '마감 시 유통기한 임박 재료 앞으로 빼기' 등 업무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스스로 체크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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