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직원의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에 뒤통수 맞아본 사장님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글입니다. 더 이상 감(感)에 의존하는 위험한 채용은 그만두세요. 우리 매장에 맞는 인재를 뽑아, 절대 배신하지 않는 핵심 점장으로 키워내는 체계적인 채용 및 평가 시스템의 모든 것을 공개합니다.
사람 보는 눈? 가장 비싼 착각에 내는 수업료
"사장님, 저 다음 주까지만 하고 그만두겠습니다."
가장 바쁜 연말 시즌, 월급날을 일주일 앞두고 에이스 직원이 던진 한마디에 머리가 하얘졌던 경험.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초롱초롱한 눈빛과 "뭐든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에 속아 채용했지만, 결국 무단결근과 불성실한 태도로 매장 분위기만 망치고 떠난 직원은 또 어떻고요.
우리는 흔히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지"라고 자만합니다. 하지만 이건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하는 위험한 착각입니다. 채용은 연애가 아니라 건축입니다. 감으로 지은 집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탄탄한 설계도와 정확한 자재만이 비바람을 견디는 집을 만드는 법이죠.
이제 뜬구름 잡는 '사람 보는 눈' 타령은 집어치우고, 제가 피눈물 흘리며 만든 '절대 무너지지 않는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단계: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뽑는 '채용 설계도'
좋은 직원은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매장에 '맞는' 사람을 '골라내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한 설계도부터 그려야 합니다.
① '우리 매장 사람' 정의하기: 착한 사람 말고 '필요한 사람'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는 '착하고 성실한 사람'을 찾는 겁니다. 이건 최악의 인재상입니다. 너무 추상적이라 아무나 해당될 수 있고, 실제 업무 능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죠.
인재상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딱 2가지로 나눠서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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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Skill-set): 우리 매장에서 일을 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가? (예: 빠른 포스기 조작 능력, 특정 레시피 숙지, 고객 클레임 응대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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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 (Mind-set): 우리 매장의 문화와 잘 맞고, 오래 함께할 사람은 어떤 태도를 가졌는가? (예: 예상치 못한 문제에 당황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태도, 동료의 실수를 비난 대신 돕는 태도)
이 두 가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상위 10%의 사장님이 될 수 있습니다.
② 감정을 걸러내는 '면접 스코어카드'의 힘
면접관의 기분, 지원자의 인상, 그날의 날씨까지. 면접은 수많은 변수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런 감정적인 요소를 차단하고 오직 '설계도'에 맞는 사람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도구가 바로 '면접 스코어카드'입니다.
거창할 것 없습니다. 엑셀이나 종이에 우리가 위에서 정의한 '역량'과 '성향' 항목을 적고, 각 항목별로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겁니다.
평가 항목 | 점수 (1-5) |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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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클레임 고객 응대 능력 |
4 |
과거 경험 질문 시, 감정적 대응보다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 보임 |
[성향] 문제 해결 적극성 |
5 |
재고가 갑자기 떨어졌던 상황에 대해, 남 탓 대신 해결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 |
면접이 끝나고 지원자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이 스코어카드의 '총점'이 당신의 결정을 도와줄 겁니다. 인상이 아무리 좋아도 총점이 낮다면 과감히 탈락시키세요. 그게 당신의 돈과 시간을 아끼는 길입니다.
③ 지원자의 본성을 드러내는 3가지 핵심 질문
예전엔 저도 "당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같은 멍청한 질문을 했었죠. 돌아오는 건 앵무새 같은 모범 답안뿐이었습니다. 지원자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과거의 '경험'과 '행동'을 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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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직장에서 가장 부당하다고 느꼈던 경험과, 그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말씀해주세요."
(→ 문제 상황에서 남 탓을 하는지,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는지 성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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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했던 동료 중 가장 힘들었던 유형의 사람은 누구였고, 그 사람과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나요?"
(→ 조직 적응력과 협업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최고의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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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판단으로 기존 업무 방식을 개선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경험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들려주세요."
(→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인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지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 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코어카드에 꼼꼼히 기록하세요. 당신은 지원자의 미래가 아닌, 검증된 과거를 보고 판단하게 될 겁니다.
2단계: 알바를 점장으로 키우는 '성장 사다리'
어렵게 '맞는' 사람을 뽑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죠. 알바생이 스스로 매니저가 되고, 점장이 되고 싶게 만드는 '성장 사다리'를 놓아주어야 합니다.
① '알아서 크겠지'라는 착각: 복사-붙여넣기식 교육 시스템
"대충 보고 배워." 이것만큼 무책임한 말은 없습니다. 신입 직원은 백지와 같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그려주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집니다.
직무별로 해야 할 일을 체크리스트로 만드세요. 그리고 그걸 그대로 '복사'해서 누구에게나 똑같이 '붙여넣기'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교육 체크리스트 예시 (신입 바리스타)
체계적인 교육은 직원이 방황하지 않게 만드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자, 사장인 당신을 반복적인 질문의 지옥에서 구해줄 '해방일지'입니다.
② 공정한 평가의 핵심: 성과평가(KPI) 제대로 만들기
평가는 감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너 요즘 좀 해이해진 것 같다"는 말은 직원의 반발심만 살 뿐입니다. 정확한 '숫자'와 '데이터'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직급별로 2~3개 정도의 핵심적인 성과 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설정하세요.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매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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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직원: 시간당 매출, 재주문율, 고객 칭찬 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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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재고 로스율, 신규 직원 교육 성공률, 월간 프로모션 목표 달성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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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 월간 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 직원 퇴사율
이 KPI를 분기별로 함께 리뷰하세요. 평가는 처벌이 목적이 아닙니다.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부족한지 함께 확인하고, 다음 목표를 설정하는 '성장을 위한 대화'가 되어야 합니다.
③ 최고의 동기부여: 투명한 승진 로드맵과 보상
직원들은 궁금해합니다. "여기서 계속 일하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어야 합니다.
직급별 KPI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급여 인상, 직책 변경, 인센티브)을 투명하게 공개하세요.
⚠️ 절대 금지
사장 기분에 따른 즉흥적인 보상이나 불투명한 평가는 최악입니다. 직원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조용히 떠날 준비를 할 겁니다.
알바생이 "3개월 연속으로 KPI 120%를 달성하면 매니저 승진 심사 자격이 주어지고, 급여는 15% 인상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하세요. 직원들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매장을 '내 가게'처럼 여기기 시작합니다.
이 시스템이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 진짜 이유
제가 오늘 말씀드린 '채용 설계도'와 '성장 사다리'는 단순히 직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이 시스템의 본질은 '감정'이라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신뢰'라는 단단한 약속을 채워 넣는 것입니다. 사장은 더 이상 직원의 속마음을 추측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직원은 사장의 기분이 아닌, 투명한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사람은 배신해도, 잘 만든 시스템은 절대 당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번 제대로 만들어두면, 당신의 매장을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성으로 만들어 줄 겁니다. 그 안에서 직원들은 성장하고, 당신은 비로소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오늘도 감에 의존하며 불안에 떠시겠습니까? 아니면 오늘부터 당신만의 단단한 성을 짓기 시작하시겠습니까?
인생선배 박병진
자주 묻는 질문 (Q&A)
전부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가장 시급한 것 하나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만약 잦은 채용 실패로 고생 중이라면, 이번 주말에 딱 1시간만 투자해서 '우리 매장 사람 정의하기'와 '핵심 질문 3가지'만이라도 만들어보세요.
작은 성공이 다음 단계를 시작할 힘을 줍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공정한 평가'입니다. 사장의 기분이나 편애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고 느낄 때 불만이 폭발하죠. 투명한 기준과 데이터에 근거한 평가는 단기적으로는 불편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모든 구성원이 수긍하고 신뢰하는 문화를 만듭니다. 평가의 목적이 '통제'가 아닌 '성장 지원'이라는 점을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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