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생존 백서
"가맹 계약서의 함정부터 본사와의 갈등 관리, 상권 분석, 마케팅 전략까지. 성공이 아닌 '생존'을 위한 프랜차이즈와 자영업의 모든 것을 기록합니다. 이 백서가 당신의 방패가 될 것입니다."

동업자 지분 분배 완벽 가이드: 초기 설정부터 베스팅, 희석까지

동업자 지분 분배, 더 이상 감으로 결정하지 마세요. 이 글은 초기 지분 설정을 위한 4가지 현실적인 기준부터, 미래의 분쟁을 막는 핵심 안전장치 '베스팅(Vesting)', 투자 유치 시 발생하는 지분 희석 문제까지, 동업 계약 전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지분 분배, 축제가 아닌 '전쟁 대비'가 먼저입니다

한국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한 명은 기뻐하며 샴페인을 들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바라보고 있는 동업자 두 명의 모습. 동업의 낙관과 냉혹한 현실을 대비시키는 장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동업자들을 보면 눈빛부터 다릅니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와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가득 차 있죠.

하지만 제가 수백 건의 창업 컨설팅을 하며 내린 결론은 명확합니다. 동업 관계의 성패는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가 아니라, 사이가 나빠졌을 때를 얼마나 잘 대비했는지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비의 핵심이 바로 '지분 분배'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분 분배를 '성공의 과실을 나누는 축제'라고 착각하지만, 본질은 다릅니다. 지분 분배는 '관계가 파탄 나거나, 누군가 약속을 어겼을 때를 대비한 전쟁 대비 계획'이자 '상호 간의 책임을 명시한 평화 조약'입니다.

이 글은 달콤한 위로 대신, 당신의 사업과 인간관계를 지켜줄 냉정하고 현실적인 지침을 드릴 겁니다. 시작부터 제대로 합시다.


초기 지분 설정: 누구도 서운하지 않을 첫 단추 꿰기

한국 판교의 미팅룸에서 두 명의 공동 창업자가 테이블 위 저울을 보며 진지하게 앉아있는 모습. 동업자 간의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난관입니다. "우리 지분 어떻게 나눌까?" 이 질문 앞에서 많은 팀들이 가장 쉬운 길을 택합니다. 바로 N분의 1입니다.

5:5, 정말 공평할까요? (N분의 1의 함정)

두 명이면 50:50, 세 명이면 33.3%. 깔끔하고 공평해 보입니다. 당장의 불편한 대화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건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눌러둔 것과 같습니다. 사람마다 투입하는 자원과 기여도가 다른데, 단순히 머릿수로 나누는 것은 결코 공평하지 않습니다. 제가 본 최악의 케이스는 '아이디어' 지분만 50%를 가져간 대표가 정작 실행 단계에서는 아무 기여도 하지 않아 회사가 망가진 경우였습니다.

지분 가치를 결정하는 4가지 핵심 저울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요? 저는 다음 4가지 저울에 각자의 기여를 올려놓고 객관적으로 측정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표1: 동업자 기여도 평가 기준
평가 기준 설명

1. 초기 자본 

사무실 보증금, 초기 개발비, 법인 설립 비용 등 직접적으로 투입한 현금입니다. 가장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여입니다.

2. 아이디어 및 IP

사업의 핵심 아이디어, 특허,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의미합니다. 단, 아이디어 자체보다는 구체화된 결과물(특허 출원 등)이 더 높은 가치를 갖습니다.

3. 시간과 노력

회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것인가에 대한 약속입니다. 전업(Full-time)으로 참여하는지와 파트타임인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납니다.

4. 전문성 및 네트워크 

핵심 개발 기술, 업계에서의 독보적인 평판, 투자자나 핵심 고객과의 네트워크 등 대체 불가능한 능력이나 자산을 의미합니다.

실전! 우리 팀 지분 가치 계산해보기 (예시)

A와 B, 두 사람이 동업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위 4가지 기준으로 각자의 기여도를 점수로 환산하고, 그 비율에 따라 지분을 나누는 겁니다.

  • A (개발자): 초기 자본 1,000만 원(10점), 핵심 개발 기술 보유(30점), 전업 참여(20점) = 총 60점

  • B (기획/마케터): 초기 자본 1,000만 원(10점), 사업 아이디어 제공(10점), 관련 업계 핵심 네트워크 보유(20점) = 총 40점

이 경우, 두 사람의 기여도 총합은 100점이므로 A는 60%, B는 40%의 지분을 갖는 것이 합리적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감정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훌륭한 출발점입니다.


베스팅(Vesting): 미래의 리스크를 막는 유일한 안전장치

손이 계약서에 자물쇠를 채우는 근접 촬영 사진. 미래의 리스크로부터 동업 관계를 보호하는 베스팅 제도를 시각적으로 상징함.

자, 이제 초기 지분을 합의했습니다. 그럼 모든 게 끝난 걸까요? 안타깝지만 진짜 중요한 문제가 이제 시작됩니다. 바로 '미래의 기여도' 문제입니다.

"결국 너만 믿는다"는 말의 유효기간

초기 지분은 어디까지나 '미래에 이렇게 기여할 것이다'라는 약속에 대한 선지급입니다. 만약 B가 6개월 뒤 "더 좋은 회사에 합격했어. 미안하다"라며 떠나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초기 약속대로라면 B는 여전히 회사 지분 40%를 가진 주주입니다. 남은 A가 밤새워 회사를 키워 수백억 가치로 만들면, B는 아무런 기여 없이 수십억을 벌게 됩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나요?

⚠️ 중요 경고

'우리는 끝까지 갈 거니까 괜찮아'라는 믿음은 동업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입니다. 인간관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스템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베스팅이 뭔가요? (4년치 월급을 첫날 주지 않는 이유)

베스팅(Vesting)은 약속한 지분을 한 번에 모두 주지 않고, 정해진 기간 동안 약속된 기여(보통 '근무')를 완수해야만 점진적으로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조건부 지분 성숙' 제도입니다.

쉽게 비유해볼까요? 베스팅은 월급과 같습니다. 회사에 입사했다고 해서 4년 치 연봉을 첫날 한 번에 주지 않죠?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야 한 달 치 월급을 받는 것처럼, 지분 역시 정해진 기간 동안 회사에 기여해야만 내 것이 되는 겁니다.

가장 일반적인 베스팅 조건은 '4년 베스팅, 1년 클리프(Cliff)'입니다.

클리프(Cliff): 최소한의 책임감을 증명하는 시간

클리프(Cliff)는 '최소 근무 기간'을 의미합니다. 1년 클리프 조건이라면, 최소 1년은 근무해야 비로소 지분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 만약 1년 안에 퇴사하면? → 단 1주의 지분도 받지 못하고 모든 권리가 사라집니다.

  • 만약 1년을 꽉 채워 근무하면? → 4년치 지분 중 1년치(25%)를 한 번에 받게 됩니다.

  • 그 이후에는? → 남은 3년 동안 매달 1/36씩 지분이 추가로 적립되어, 4년을 모두 채우면 약속된 100% 지분이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베스팅은 누구 한 명을 묶어두기 위한 족쇄가 아닙니다. 서로의 책임과 미래에 대한 기여를 약속하고,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은 사람들의 노력을 보호하기 위한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안전장치입니다.


투자 유치와 지분 희석: 내 파이는 줄지만, 더 비싸진다

회사가 성장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옵니다. 바로 '지분 희석'입니다.

지분 희석(Dilution)이란, 새로운 투자자에게 신주(새로운 주식)를 발행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A와 B가 6:4로 지분을 나눠 가진 회사가 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투자자에게 지분 20%를 주기로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투자 후 A와 B의 지분율은 각각 48%(60% x 80%)와 32%(40% x 80%)로 줄어듭니다.

내 지분율이 줄어드니 손해 보는 것 같으신가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지분율(%)이 아니라 지분의 가치(Value)입니다. 투자를 통해 회사 전체의 가치, 즉 전체 파이의 크기가 훨씬 커졌기 때문에 지분율이 줄어도 내가 가진 지분의 가치는 오히려 크게 상승합니다.

지분 희석은 성장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작은 파이의 100%보다, 거대한 파이의 1%가 훨씬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장 불편한 대화가 가장 튼튼한 관계를 만듭니다

지분, 돈,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 참 불편하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 이 불편한 대화를 피하면, 나중에는 훨씬 더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오늘 제가 제시한 기준과 방법들은 정답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팀이 서로의 생각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기 위한 '대화의 도구'입니다.

부디 오늘 나눈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동업자와 솔직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세요. 그리고 그 결과는 반드시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명확한 '동업 계약서'로 남기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여러분의 꿈과 관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여러분의 경험을 나눠주세요

혹시 동업 지분 문제로 고민하고 있거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다른 예비 창업가들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가장 이상적인 베스팅(Vesting)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정답은 없지만, 실리콘밸리부터 국내 스타트업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표준은 '4년 베스팅, 1년 클리프'입니다.

이는 창업 멤버가 최소 1년은 회사에 헌신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부여하고, 4년 정도는 함께해야 회사의 성과를 공유할 자격이 생긴다는 암묵적인 합의에 가깝습니다. 물론 업종의 특성이나 팀의 상황에 따라 기간은 조정될 수 있습니다.

Q 초기에 투자한 돈은 지분으로 얼마나 인정해줘야 하나요?
A

가장 깔끔한 방법은 '회사의 초기 기업가치(Valuation)'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팀원들이 논의하여 우리 회사의 초기 가치를 1억 원으로 정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한 명이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그 사람은 현금 투자에 대한 대가로 10%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물론 이 가치 산정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팀원 간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Q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 동업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나요?
A

네,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표준 계약서 양식은 우리 팀의 특수한 상황을 모두 반영하지 못합니다. 지분, 역할, 의사결정 방식, 결별 시 처리 방법 등 민감한 사안들을 법적으로 효력 있는 문서로 남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변호사 비용은 미래에 발생할 수천만 원, 수억 원의 분쟁 비용을 아끼는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면책 조항]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법률적, 재무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 전에는 반드시 변호사, 회계사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인생선배 박병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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