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너 혼자 다 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나요? 동업자와의 갈등으로 모든 걸 포기하기 직전이라면, 변호사를 찾기 전에 이 글을 먼저 읽어보세요. 제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폭발 직전 관계를 살리는 현실적인 대화 기술 3가지를 알려드립니다.
왜 가장 믿었던 동업자와 원수가 될까?
“동업은 결혼보다 어렵다.”
수백 명의 자영업자들을 컨설팅하며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처음에는 같은 꿈을 꾸며 의기투합했지만, 어느새 얼굴만 봐도 숨이 턱 막히는 사이가 되어버린 대표님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0대 시절, 첫 창업을 함께한 친구와 마지막 회의를 하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쏟아내고, 결국에는 “다시는 보지 말자”는 말로 끝이 났죠. 당시 저는 찬물이 담긴 컵 표면에 맺히는 물방울만 뚫어져라 쳐다봤습니다. 더 이상 그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요? 상대가 악독해서? 내가 못나서? 아닙니다.
동업 갈등의 본질은 ‘말하지 않은 기대’와 ‘눈에 보이지 않는 헌신’이 서로를 좀먹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가 알아서 내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내가 이만큼 애쓰는 걸 당연히 알아줄 거라 착각합니다. 그 착각이 쌓여 배신감이 되고, 결국 관계를 파탄 내는 겁니다.
폭발 직전, 관계를 살리는 3가지 대화 기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끝을 보기 전, 딱 한 번만 더 시도해볼 마지막 방법이 있습니다. 감정을 내려놓고, 오직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대화 기술입니다.
1. '사실'과 '해석' 분리하기: 감정의 지뢰밭 걷어내기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건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나의 '해석'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사실: 동업자가 어제까지 하기로 한 보고서를 오늘 아침에 전달했다.
- 나의 해석: 이 사람은 나를 무시한다. 약속을 우습게 알고, 책임감도 없다.
이 해석이 시작되는 순간, 대화는 불가능해집니다. 모든 말이 공격으로 들리고, 상대의 모든 행동이 악의적으로 보이기 시작하죠.
폭발하기 직전이라면, 딱 10분만 시간을 내어 종이 한 장을 꺼내세요. 그리고 왼쪽에는 '사실'만, 오른쪽에는 그로 인한 나의 '해석(감정)'을 적어보세요. 이걸 눈으로 보고 나면, 내 감정이 얼마나 많은 추측과 오해 위에 서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동업자와 대화할 땐, 오직 왼쪽에 적힌 '사실'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합니다. "네가 날 무시하는 것 같아"가 아니라, "어제까지 받기로 한 보고서를 오늘 아침에 받아서 다음 업무에 차질이 생겼어. 앞으로는 정해진 기한을 꼭 지켜줬으면 해"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대화의 90%는 감정싸움을 피할 수 있습니다.
2. '기여 리스트' 작성하기: 보이지 않는 헌신을 수면 위로
“일은 나만 하는 것 같아.”
동업 갈등의 가장 고전적인 레퍼토리입니다. 실제로 한쪽이 더 많은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대방이 하는 일의 가치나 노고를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대표님들의 사례가 그랬습니다. 한 분은 매장 운영과 직원 관리를 도맡았고, 다른 한 분은 마케팅과 재무를 책임졌죠. 매장을 지키던 분은 사무실에 앉아있는 동업자가 편하게 일한다고 생각했고, 마케팅을 하던 분은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동업자가 전략 없이 일만 만든다고 불만이 쌓였습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각자 일주일 동안 자신이 회사(매장)를 위해 한 모든 일을 시간 단위로 적어보게 했습니다. 영업 외적인 일들, 가령 '새로운 원두 납품업체와 2시간 통화', '인스타그램 광고 소재 3개 제작'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 전부요.
그리고 두 리스트를 말없이 교환해서 읽어보게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서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애쓰고 있었는지 깨닫고는 숙연해졌습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그제야 올라왔던 겁니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아달라고 소리치기 전에, 상대가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3. '최악의 시나리오' 테이블에 올리기: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헤어지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모순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화는 서로에게 마지막 안전장치를 채워주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은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즉 '이러다 다 망하겠다'는 공포가 들 때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는 가장 좋을 때 혹은 최소한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할 때 이별의 규칙을 정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더 이상 함께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정리할까?”
이 질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관계가 끝나더라도 최소한의 신뢰와 인간적인 예의는 지킬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둘째, 역설적으로 '이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서, 현재의 갈등이 그것보다는 사소하게 느껴지며 관계를 다시 붙잡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제 첫 창업이 실패했을 때, 저는 이 대화를 하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했습니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뒤에는 어떤 규칙도 통하지 않았고, 결국 사업도 사람도 모두 잃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결심했다면
위의 3가지 방법을 모두 시도했음에도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서로가 가는 길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손실을 최소화하고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감정적인 싸움은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입니다. 필요하다면 변호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해진 절차에 따라, 그리고 동업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최대한 냉정하고 신속하게 관계를 정리해야 합니다.
⚠️ 중요 경고
본 콘텐츠는 동업 관계에서의 갈등 해결을 위한 일반적인 조언이며, 법률적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지분, 계약 해지 등 법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면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대화를 피하는 상황이라면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당장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야. 우리 관계와 사업을 위해 딱 한 시간만, 감정 빼고 이야기할 시간을 며칠 내로 정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메시지를 보내세요.
공격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계속 대화를 거부한다면, 관계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일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네, 매우 불리할 수 있습니다. 동업 계약서는 갈등이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최소한의 '규칙'입니다. 계약서가 없다면 역할, 수익 분배, 결별 시 지분 정리 등 모든 것이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관계가 좋을 때일수록, 혹은 더 나빠지기 전에라도 함께 변호사를 찾아가 공정한 규칙을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서로를 위해 현명한 선택입니다.
좋은 동업은 '같은 꿈'을 꾸는 게 아니라 '같은 현실'을 버텨내는 것입니다.
부디 이 글이 냉혹한 현실을 버텨내야 하는 대표님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동업자와의 갈등을 해결했던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다른 대표님들께 큰 힘이 될 겁니다.
- 인생선배 박병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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