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상 흑자인데 왜 통장엔 돈이 없을까요? 수많은 사장님들을 파산 직전으로 몰고 가는 손익계산서 속 5가지 착시효과를, 가게 3개를 말아먹으며 뼈저리게 깨달은 20년차 선배가 낱낱이 파헤쳐 드립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사장님, 장부상 흑자인데 왜 통장은 텅 비어있을까요?
"축하합니다, 사장님. 이번 달 순이익이 1,000만 원이네요."
세무사가 건넨 손익계산서는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통장 잔고는 다음 달 직원 월급과 임대료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졌죠. ‘분명 돈을 벌었는데, 내 돈은 다 어디로 갔지?’
이게 바로 제가 30대 시절, 야심 차게 시작했던 첫 가게를 말아먹기 직전에 겪었던 실제 상황입니다.
사장님 손에 쥔 재무제표, 특히 손익계산서는 사장님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서류가 아닙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진실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사장님 주머니에 진짜 현금이 얼마나 있냐’는 진실 말입니다.
장부상 이익과 통장 속 현금이 다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손익계산서에는 실제 현금이 오가지 않은 거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회계의 발생주의’라고 하는데, 이런 어려운 말은 집어치우겠습니다.
중요한 건, 이 차이를 모르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국 돈 때문에 망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건 저주가 아니라, 제가 직접 겪은 현실입니다.
손익계산서가 만드는 위험한 착시효과 5가지
손익계산서의 숫자에 취해 있다가 한 방에 훅 가는 사장님들이 공통으로 놓치는 5가지 착시효과가 있습니다.
이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직접 당해보고 피눈물을 흘려봐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죠. 사장님들은 저처럼 바보같이 당하지 마시라고, 제 모든 걸 걸고 알려드립니다.
착시 1: 감가상각비 (비용이지만, 돈은 나가지 않았다)
식당을 하려고 5,000만 원짜리 최신 주방기계를 샀다고 칩시다. 손익계산서에서는 이 기계값을 몇 년에 걸쳐 나눠서 비용으로 처리합니다. 이걸 감가상각비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5년에 걸쳐 비용 처리한다면, 올해 손익계산서에는 1,000만 원만 비용으로 잡힙니다. 하지만 사장님 통장에서는 이미 5,000만 원이 빠져나갔죠.
손익계산서는 1,000만 원만 비용이라고 말하지만, 내 실제 현금은 4,000만 원이 더 사라진 겁니다. 이게 첫 번째 착시입니다.
착시 2: 매출채권 (내 돈이지만, 아직 남의 주머니에 있다)
거래처에 2,000만 원어치 물건을 납품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고 합시다. 손익계산서에는 바로 ‘매출 2,000만 원’이 찍힙니다. 기분 좋죠.
하지만 거래처가 "결제는 다음 달 말에 해줄게요"라고 하면 어떻게 됩니까? 장부에는 번 돈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실제 내 통장에는 돈이 없습니다. 이걸 매출채권이라고 부릅니다.
이 매출채권이 쌓이면 장부상으로는 부자인데, 당장 직원 월급 줄 돈이 없어서 쩔쩔매는 ‘흑자도산’의 지름길로 들어서는 겁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착시 3: 재고자산 (돈 주고 샀지만, 아직 팔리지 않았다)
옷 가게를 하는데, 이번 시즌 대박 예감에 3,000만 원어치 신상 옷을 들여왔다고 칩시다. 이 3,000만 원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잡힙니다. 팔리기 전까지는요.
손익계산서에는 이 옷 구매 비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장님 통장에서는 이미 3,000만 원이 뭉텅이로 빠져나갔습니다.
창고에 가득 쌓인 재고자산을 보며 ‘이게 다 내 돈’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사장님은 현금 부족의 늪에 빠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재고는 돈이 아니라, 돈이 묶여있는 짐 덩어리일 수 있습니다.
착시 4: 매입채무 (아직 안 줬지만, 곧 줘야 할 남의 돈이다)
이건 반대의 경우입니다. 우리가 거래처에서 1,000만 원어치 원재료를 외상으로 가져왔다고 합시다. 아직 돈을 안 줬으니 내 통장에는 현금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내 돈이 아닙니다. 곧 갚아야 할 빚, 매입채무입니다.
이번 달에 돈이 좀 남는다고 해서 "장사 잘되네!" 하고 덜컥 직원 보너스를 챙겨줬다가는, 다음 달 결제일에 피눈물을 흘리게 될 수도 있단 말입니다.
착시 5: 대출 원금 (가장 치명적인 함정, 비용이 아니다)
이게 가장 무서운 놈입니다.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의 ‘이자’는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잡힙니다. 하지만 ‘원금’ 상환액은 비용이 아닙니다.
매달 500만 원씩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다면, 이자 100만 원만 비용 처리되고 원금 400만 원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분명 내 통장에서는 500만 원이 꼬박꼬박 나가는데, 손익계산서는 고작 100만 원만 비용이라고 말해주는 겁니다. 이 착시에 빠지면 사장님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 이 5가지를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손익계산서의 순이익에서 ①감가상각비는 더하고, ②매출채권과 ③재고가 늘어난 만큼은 빼야 합니다. 그리고 ④매입채무가 늘어난 만큼은 더하고, ⑤대출원금 갚은 돈은 빼야 진짜 현금 흐름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진짜 내 돈이 얼마 남았다는 건가요?
그럼 이제 뭘 봐야 하냐고요? 정답은 현금흐름표입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나 작은 가게에서 현금흐름표까지 챙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세무사도 잘 안 만들어주고요.
그렇다면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하셔야 합니다. 엑셀이든 수기 장부든, ‘나만의 현금일보’를 매일 작성하는 겁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그냥 오늘 통장에 들어온 돈, 오늘 통장에서 나간 돈만 매일 기록하는 겁니다. 그리고 매주, 매달 그 합계를 내보는 거죠.
항목 | 손익계산서 (장부) | 현금일보 (통장) |
---|---|---|
매출 (외상 판매) |
+ 2,000만 원 |
+ 0 원 |
기계 구입 (감가상각) |
- 1,000만 원 (올해 비용) |
- 5,000만 원 |
대출 원금 상환 |
- 0 원 (비용 아님) |
- 400만 원 |
손익계산서만 보면 남는 장사 같아도, 실제 내 주머니 사정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걸 이제 아시겠습니까?
사장님. 사업은 감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숫자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손익계산서의 ‘이익’이 아니라, 사장님 통장의 ‘현금’이어야만 합니다.
결국 사업의 생명줄은 현금입니다. 이익이 아무리 많이 나도 현금이 없으면 망합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는 순간, 사장님의 사업은 모래 위에 지은 성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전부 다 알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말씀드린 5가지 착시효과, 즉 내 가게의 진짜 현금 흐름을 왜곡시키는 주범들이 무엇인지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운전면허 딸 때 자동차 엔진 구조까지 다 배우진 않지만, 최소한 계기판의 경고등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아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걸 모르면 사고가 납니다.
아닙니다. 둘 다 봐야 합니다. 손익계산서는 우리 가게가 ‘얼마나 이익을 내는 체질인지’ 보여주는 건강검진 결과표와 같습니다. 반면 현금흐름은 ‘지금 당장 뛸 수 있는 심장이 튼튼한지’ 보여주는 심전도 검사 같은 겁니다.
건강검진 결과는 좋은데 당장 심장이 멎을 것 같으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두 가지를 함께 보며 장기적인 수익성과 단기적인 생존 능력을 모두 관리해야 진짜 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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