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저 알바생 때문에 일 못하겠어요." 이 말 한마디에 골치 아프시죠? 직원 간 파벌 싸움과 따돌림은 가게를 조용히 망가뜨리는 암적인 존재입니다. 이 글은 '누가 잘못했나'를 따지는 판관이 되길 멈추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내 해결하는 '조직 설계자'가 되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사장님, 혹시 '조용한 퇴사'가 보내는 경고를 놓치고 있나요?
"사장님, 저 다음 달까지만 하고 그만두겠습니다."
별다른 불만도 없어 보였고, 누구보다 성실했던 직원이 갑자기 퇴사를 통보할 때. 사장님들, 무슨 생각 드시나요?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라고 생각하기 전에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그건 가장 강력한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매출이 떨어지기 전에 나타나는 가게 붕괴의 진짜 전조증상은 바로 직원들 사이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제가 수백 개 매장을 다녀봐도 망해가는 곳은 한결같아요. 주방 위생 상태보다 직원들 표정이 먼저 썩어 들어갑니다.
특히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나가는 직원. 그 직원은 어쩌면 당신이 모르는 전쟁터에서 혼자 버티다 지쳐 떠나는 건지도 모릅니다.
⚠️ 잊지 마세요
당신 눈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만의 카톡 단톡방에서, 어쩌면 우리 가게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용한 직원들의 줄이은 퇴사는, 당신의 리더십과 가게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란 말입니다.
왜 우리 가게에만 유독 파벌 싸움과 따돌림이 생길까요?
사장님들, 아마 이렇게 생각하고 싶으실 겁니다. "A가 성격이 유별나서", "B가 일을 너무 못해서" 라고요. 특정 직원 개인의 인성 문제로 원인을 돌리면 마음은 편하겠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수많은 가게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제 경험상, 직원은 죄가 없습니다. 직원들이 서로 싸우고 미워할 수밖에 없는 '판'을 깔아준 사장님 책임이 99%입니다.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한번 던져보세요. "직원들의 불만은 특정 '개인'을 향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만든 불공정한 '규칙'을 향한 것인가?"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게는 아래 세 가지 중 하나에 반드시 해당됩니다.
첫째, 기준 없는 '사장님 마음대로' 규칙
누구는 예뻐서 일찍 보내주고, 누구는 목소리 크다고 더 많은 일을 맡기고. 사장님의 그날 기분이나 특정 직원에 대한 편애가 매장의 유일한 규칙이 될 때, 직원들은 사장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대신 자기들끼리 편을 가르고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공정함이 사라진 곳에 팀워크가 생길 리 만무하죠.
둘째, '에이스' 한 명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시스템
일 잘하는 '에이스' 직원 한두 명. 든든하시죠? 하지만 그 에이스가 다른 직원들에게 어떤 존재일지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사장님이 에이스만 믿고 다른 직원들의 성장을 방치할 때, 에이스는 권력이 되고, 나머지 직원들은 들러리가 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자연스럽게 텃세와 따돌림이 자라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불만을 털어놓을 곳 없는 '막힌 소통'
사장님들은 보통 직원들이 아무 말이 없으면 불만이 없는 줄 압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들은 참고 있는 겁니다. 말해봤자 해결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거나, 말했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려운 거죠. 그렇게 곪아 터진 불만은 결국 직원들 사이에서 뒷담화와 이간질로 번지게 됩니다.
'판관'이 아닌 '설계자'가 되세요: 갈등을 잠재우는 3단계 해결법
"누가 옳고 누가 그르냐?"를 따지는 순간, 사장님은 이 문제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누구 편을 들든 반대편은 등을 돌릴 테니까요. 이제부터 사장님은 판관이 아닌, 애초에 싸울 필요가 없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딱 3가지만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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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칙'을 만드세요.
사장님의 감정이 아닌, 명문화된 규칙이 가게를 다스리게 해야 합니다. 특히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책임지는가'를 명확히 하는 R&R(역할과 책임) 정립이 가장 시급합니다. 거창할 필요 없어요. 아래 예시처럼 포지션별로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적어두고 그대로 실행하세요.
포지션별 역할과 책임(R&R) 예시 포지션 주요 책임 (예시) 홀 서빙 (오픈조)
- 오전 10시까지 모든 테이블 세팅 완료
- 음료 및 식기 재고 확인 및 채우기주방 보조 (마감조)
- 모든 식자재 라벨링 및 선입선출 정리
- 마감 시 주방 바닥 및 튀김기 청소 -
2단계: 공식적인 '소통 고속도로'를 뚫으세요.
직원들이 뒷담화가 아닌, 사장님에게 직접 와서 이야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안전한 소통 채널이 필요합니다. 한 달에 한 번, 15분이라도 좋으니 모든 직원과 1:1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뭐 힘든 거 없어?' 같은 막연한 질문 대신, '지난달에 새로 도입한 키오스크 사용은 어때?', 'A랑 같이 일하는 건 괜찮아?'처럼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속마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 1:1 면담이 부담스럽다면?
매장 한편에 '익명 건의함'을 만들어 두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핵심은 직원들이 '내 이야기를 해도 안전하다'는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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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사장님부터 공정함을 보여주세요.
결국 모든 것은 사장님에게서 시작됩니다. 특정 직원만 따로 불러 칭찬하거나, 다른 직원들 앞에서 누군가를 망신 주는 행동은 금물입니다. 칭찬과 지적은 모두가 있는 앞에서 공평하게, 혹은 1:1 면담 자리에서 조용히 전달해야 합니다. 사장님이 공정한 모습을 보일 때, 직원들은 비로소 사장님을 신뢰하고 불필요한 파벌 싸움을 멈추게 됩니다.
훌륭한 사장은 매출을 관리하지만, 위대한 사장은 직원들 사이의 '공기'를 관리합니다. 당장 눈앞의 돈 몇 푼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오늘부터 판관의 저울을 내려놓고, 당신의 가게를 위한 시스템 설계도가 무엇일지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아닙니다. '판관'이 되지 말라는 것은 문제를 방치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장님의 감정이 아닌, 위에서 만든 '규칙'을 근거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해당 직원을 1:1로 불러 '우리가 정한 R&R에 따르면 이 부분은 A씨의 역할인데, 왜 다른 직원에게 미루는가?' 혹은 '다른 직원들에게 이러한 언행은 우리 매장의 규칙에 어긋난다'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하여 단호하게 경고해야 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이제부터 우리 가게는 공정함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그것을 시스템으로 증명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해결의 시작입니다. 직원들은 사장님이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을 느끼고, 새로운 규칙에 서서히 적응하게 될 것입니다.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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