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속 상가 권리금, 왜 여전히 높을까?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임대 문의' 딱지가 붙은 빈 상가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자영업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폐업률이 증가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막상 창업을 위해 상가를 알아보면, 여전히 높은 권리금을 요구하는 곳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경기가 어려운 건 남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듯한 이 상황, 대체 왜 벌어지는 걸까요?
높은 권리금의 숨겨진 이유들
권리금이 불경기에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기존 임차인의 '투자금 회수' 심리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가게를 내놓는 사장님들 대부분은 창업 당시 상당한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고 시설을 갖췄습니다.
설령 장사가 잘되지 않아 가게를 넘기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초기에 들어간 막대한 비용을 조금이라도 회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이러한 심리가 권리금에 반영되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높은 금액이 유지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둘째, 지속적인 물가 상승 역시 권리금에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몇 년간 인건비, 자재비, 원자재 가격 등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곧, 새로 창업하는 사람이 맨땅에서 시작할 경우,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존 임차인은 "지금 새로 하려면 이보다 더 든다"는 논리로, 자신이 투자했던 시설과 인테리어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권리금을 책정하게 됩니다.
상황: 경기가 안 좋아 주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심리: 가게를 내놓는 A 사장님은 '어차피 새로 하려면 돈 더 드는데, 내가 들인 돈이라도 받아야지'라고 생각합니다.
결과: 새로 들어오려는 B 사장님은 '경기도 안 좋은데 권리금이 왜 이렇게 비싸지?'라고 느끼게 됩니다.
핵심: 즉, 권리금은 현재의 '경기'보다는 기존 임차인의 '투자 비용'과 신규 창업자의 '예상 비용' 사이의 복잡한 심리 게임 속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예비 창업자들은 경기 침체와 높은 권리금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창업 전략을 세우는 첫걸음입니다.
'비용' 아닌 '투자' 관점, 권리금 현명하게 접근하기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권리금을 단순히 '없어지는 돈', 즉 매몰 비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관점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바로 권리금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권리금이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잘 따져보면, 권리금 지불이 오히려 초기 창업 비용을 절감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권리금, 무엇을 보고 투자해야 할까?
권리금은 크게 바닥 권리금, 영업 권리금, 시설 권리금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닥 권리금은 상권과 입지가 가진 무형의 가치, 영업 권리금은 기존 가게의 고객과 노하우, 시설 권리금은 인테리어나 장비 등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투자'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시설 권리금과 영업 권리금입니다.
만약 내가 하려는 업종과 기존 가게의 업종이 같거나 유사하다면, 기존 시설을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초기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가령, 카페 창업을 하려는데 기존 카페 자리를 인수한다면,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커피 머신, 냉장고, 테이블 등 값비싼 장비들을 새로 구매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때 지불하는 시설 권리금은, 내가 직접 시설을 갖추는 비용보다 저렴하다면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업 권리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가게의 단골 고객과 좋은 평판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다면, 이는 신규 창업자가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출발선에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 위 체크리스트는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며, 실제 결정은 전문가와 상담 후 신중하게 내려야 합니다.
결국 핵심은 '내가 얼마를 아낄 수 있는가?' 와 '미래에 얼마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입니다.
이 관점으로 접근하면, 무조건 권리금 없는 곳만 찾거나, 높은 권리금에 지레 겁먹는 대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권리금 협상 실전 팁 (최적 시기 포함)
권리금을 '투자'로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좋은 투자를 할 것인가?', 즉 어떻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협상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권리금 협상은 결코 쉽지 않지만, 몇 가지 전략을 알고 접근하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협상의 골든타임: 9월부터 2월을 노려라!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험상, 보통 추석 명절이 지난 9월부터 다음 해 설날 전인 2월까지가 상가 매물이 가장 많이 쌓이는 시기입니다.
연말연초를 기점으로 가게를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공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구매자(예비 창업자)에게 협상력이 생깁니다.
이 시기에는 임대인이나 기존 임차인도 매물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권리금 조정에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24년이나 25년 창업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바로 이 '골든타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매물을 찾아보고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
1. 철저한 사전 조사: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다면, 주변 상가의 권리금 시세, 해당 가게의 이전 매출 정보(확인 가능하다면), 상권의 유동 인구 등을 꼼꼼히 조사해야 합니다.
아는 것이 힘입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야기할 때 협상력이 높아집니다.
2. 시설 가치 냉정하게 평가:
앞서 언급했듯, 시설 권리금이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인테리어나 장비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수리할 부분은 없는지, 내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전문가와 함께 꼼꼼히 체크하고, 감가상각을 고려하여 가치를 평가해야 합니다.
3. 구체적인 협상안 제시:
막연히 "깎아주세요"라고 하기보다는, "조사해보니 주변 시세는 이 정도이고, 시설 상태를 고려했을 때 이 정도 금액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협상안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4. 시간은 내 편으로:
너무 조급하게 결정하지 마세요.
특히 매물이 쌓이는 시기에는 더 좋은 조건의 매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는, 여러 대안을 가지고 여유롭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나 (예비 창업자): "사장님, 가게 잘 봤습니다.
인테리어도 좋고 위치도 마음에 듭니다.
다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주변 비슷한 평수 가게들이 권리금 000만원 선에서 거래되었고, 주방 시설 일부는 교체가 필요해 보여서요.
혹시 권리금을 000만원까지 조정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주시면 저도 빠르게 결정하고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핵심: 칭찬으로 시작하되, 객관적 근거(시세, 시설 상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금액과 함께 '빠른 결정'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협상을 유도합니다.
5. 계약서는 꼼꼼하게:
협상이 완료되면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권리금의 범위(어떤 시설과 권리가 포함되는지), 양도·양수 일정, 특약 사항 등을 명확하게 기재하고, 반드시 전문가(부동산 중개사, 법무사 등)의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권리금 협상은 어려운 과정이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감을 가지며, '내 사업의 성공적인 첫 단추를 끼운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권리금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입지나 상권의 매력이 떨어지거나, 시설 투자를 완전히 새로 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초기 비용은 적게 들지만,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이나 추가 투자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A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중개사를 통해 거래하고, 반드시 권리금 계약서를 상세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양도인의 사업자 등록 사실, 양도 대상(시설 목록 등) 명시, 건물주(임대인)의 임대차 계약 동의 여부 등을 필수로 확인하고, 가능하면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A
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보호받습니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보호받는 것은 아니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창업은 분명 어려운 길이지만, 철저한 준비와 현명한 전략이 함께한다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권리금이라는 큰 산 앞에서 좌절하기보다는, 오늘 제가 드린 조언들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투자의 첫걸음을 내딛으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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