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까다로움', 그 뿌리를 찾아서
오랫동안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대표나 리더들을 보면, 때때로 매우 엄격하고 기준이 높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다소 부담스럽거나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리더십 스타일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라기보다는, 리더가 걸어온 경험과 성장 과정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에서 혹독한 시기를 거치며 회사를 성장시킨 창업가들에게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리더의 '까다로움'이 형성되는 배경을 리더십 발달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것이 조직의 성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모든 것을 했던' 경험: 리더십의 단단한 초석
많은 성공적인 창업가들은 사업 초창기에 말 그대로 '모든 역할'을 수행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대표가 직접 제품 개발, 영업, 마케팅, 고객 관리, 심지어 청소나 잡무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의 초기 일화처럼, 몇 년 혹은 십 년 가까이 밤낮없이 다양한 실무를 처리하며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리더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을 남깁니다.
"사업 초기 몇 년 동안 대표는 말 그대로 다 해야 합니다... 재능도 있어야 되고, 일도 개빡세게 해야 됩니다. 운이 좋으면 몇 년, 아니면 10년 정도 그래야 할 거예요."
- (넷플릭스 창업자의 말 인용 취지) -
이처럼 '모든 것을 해 본' 경험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리더십의 초석을 다집니다.
- 깊이 있는 실무 이해 (Operational Depth):
각 업무의 실제 어려움, 소요 시간, 핵심 성공 요인 등을 몸소 체득하게 됩니다. 이는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선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이어집니다. - 문제 해결 능력 향상:
다양한 예기치 못한 문제에 직접 부딪히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강화됩니다. - 현실적인 목표 설정 능력:
자원의 한계와 실제 업무의 난이도를 알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가 아닌 현실에 기반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됩니다. - 업무 간 상호 의존성 파악:
여러 부서나 기능의 일을 직접 해봄으로써, 각 업무가 어떻게 연결되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지 전체적인 시각에서 이해하게 됩니다.
이러한 강도 높은 초기 경험은 단순한 고생을 넘어, 리더가 조직 전체를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통찰력과 공감력: 진짜 '앎'에서 나오는 관리의 기술
초기 단계의 깊은 실무 경험은 리더가 팀원을 관리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것을 해 본' 경험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실제적인 통찰력과 때로는 역설적인 형태의 공감 능력으로 발현됩니다.
정확한 평가와 피드백의 기반
리더가 특정 업무를 직접 해봤기 때문에,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의 결과물이나 과정을 보면 그 수준을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점이 뛰어난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이 담겨 있는지 쉽게 파악합니다.
막연한 칭찬이나 비판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피드백을 가능하게 합니다.
잘하는 부분은 명확히 인정하고 격려하며, 부족한 부분은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진짜 아는 것'에서 나오는 관리 능력입니다.
- 획득된 권위 (Earned Authority)
-
단순히 직함이나 직위에서 오는 권위가 아니라, 리더의 실질적인 능력, 경험, 성과에 기반하여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따르게 되는 권위를 의미합니다.
깊은 실무 경험은 이러한 획득된 권위의 중요한 원천이 됩니다.
- 맥락적 이해 기반 공감 (Contextual Empathy)
-
단순히 감정적으로 동조하는 것을 넘어, 해당 업무의 실제 어려움과 맥락을 이해하기 때문에 구성원의 고충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나 나태함은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공감'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위임과 공정한 평가
업무의 본질과 과정을 알기 때문에, 누구에게 어떤 일을 맡겨야 가장 효과적일지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또한,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의 노력과 어려움을 이해하므로, 단순히 성과만으로 평가하기보다 더 공정한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잘하는 직원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못하는 '역차별'이 조직 문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인정과 보상에 더 신경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리더의 '까다로움'은 종종 높은 기준과 정확한 평가 능력의 다른 표현이며, 이는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일 수 있습니다.
'권한만 있는 리더'의 함정: 왜 현장감이 중요한가
반대로, 창업 초기부터 직접적인 실무 경험 없이 관리자나 대표의 역할만 수행한 리더는 어떨까요?
물론 위임과 시스템 구축을 통해 회사를 운영할 수도 있지만, 깊이 있는 현장 경험의 부재는 여러 가지 함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성 | 실무 경험 기반 리더 | '권한만 있는' 리더 |
---|---|---|
권위의 원천 |
경험과 실력 (획득된 권위) |
직함과 지위 (부여된 권위) |
직원 평가 |
과정과 결과 모두 고려, 구체적/현실적 |
결과 중심, 피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일 수 있음 |
문제 해결 |
실질적 원인 파악 및 해결 능력 높음 |
원인 파악 어려움, 외부 의존도 높음 |
팀 신뢰도 |
리더의 실력과 이해에 기반한 신뢰 |
직위에 따른 복종, 실질적 신뢰 부족 가능성 |
장기적 생존력 |
위기 대처 능력 및 조직 회복력 높음 |
예상 못한 변수에 취약, 조직 와해 위험 |
실무 경험이 부족한 리더는 현장의 어려움이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거나, 문제 발생 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의 업무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나 효과적인 동기 부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팀 전체의 사기와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외부 전문가나 시스템의 도움으로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나 급격한 환경 변화에 직면했을 때 조직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큽니다.
지속 가능한 성공을 위한 리더의 조건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리더십, 특히 지속 가능한 사업을 이끌기 위한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사업 초기의 강도 높은 실무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진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력이 그 바탕을 이룹니다.
이것이 때로는 외부에서 보기에 '까다롭고 빡센' 모습으로 비칠지라도, 조직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동력일 수 있습니다.
"리더는 지시하고 위임만 잘하면 된다?"
-> 효과적인 위임은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제로 합니다.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위임할지 아는 것은 경험에서 나옵니다.
"초기 고생은 비효율적이다. 처음부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리더가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하려면 초기 단계의 현장 경험이 필수적입니다. 경험 없는 시스템은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리더 = 나쁜 리더?"
-> 높은 기준과 엄격함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공정성, 명확한 방향성, 그리고 조직 전체의 성장과 연결될 때, 오히려 효과적인 리더십의 증거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준의 합리성과 적용의 공정성입니다.
따라서 이제 막 리더의 길을 걷기 시작했거나, 미래의 창업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당장의 편안함이나 화려한 직함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경험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력이야말로,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리더십과 지속 가능한 성공의 진정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A
규모나 산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규모의 조직이든 리더가 핵심 업무와 현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갖추는 것은 중요합니다.
직접 모든 것을 하지는 않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핵심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신뢰 구축에 필수적입니다.
A
핵심적인 차이는 '기준의 합리성'과 '적용의 공정성', 그리고 '성장에 대한 기여' 여부에 있습니다.
높은 기준이 명확하고 달성 가능하며,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고,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방향이라면 긍정적인 '까다로움'일 수 있습니다.
반면, 비합리적인 요구, 일관성 없는 평가, 인격적인 모독 등은 리더십이 아닌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A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현장 업무를 직접 경험하거나, 최소한 현장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려는 태도는 구성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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