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는 게 편해지셨나요?" 한가한 식당의 위험 신호
식당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습니다.
금리가 미친 듯이 오르고, 듣도 보도 못한 전염병이 돌고, 구제역에 조류독감, 계엄령에 탄핵까지… 정말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외부 문제들이 많죠.
이런 불가항력적인 일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실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안의 문제, 스스로 자초하는 문제들이죠.
신기하게도, 한번 한가해지기 시작한 식당은 이상하리만치 더 한가해지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걱정이 걱정을 낳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예민해지면서 일종의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손님을 밀어내는 행동들을 하게 되죠.
혹시 "요즘 손님 없는 게 차라리 편하다"는 생각이 슬쩍 들지는 않으셨나요?
만약 그렇다면, 이미 위험 신호가 켜진 걸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5가지, 혹시 당신의 가게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보셔야 합니다.
딩동벨, 브레이크, 배달... 당신을 망치는 5가지 '유혹'
장사가 안될 때,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든 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뭐든'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악수가 되기도 하죠.
특히 다음 5가지 행동은 달콤한 유혹처럼 다가오지만, 결국 당신의 가게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함정 1: 편리함 뒤의 재앙, 딩동벨의 배신
딩동-! 호출벨.
손님 입장에선 부담 없이 직원을 부를 수 있고, 직원 입장에서도 벨 소리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니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네, 맞는 말입니다.
어느 정도 손님이 있는 바쁜 매장에서는요.
하지만 24시간 한가한 식당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편리한 딩동벨이 오히려 직원들을 '수동적인 로봇'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벨 소리가 울리기 전까지는 손님 테이블에 눈길조차 주지 않게 되는 거죠.
천안에서 흑돼지 삼겹살집을 하던 사장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오픈 초기에는 직원들이 테이블을 살피며 밑반찬도 채워주고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보곤 했답니다.
그런데 딩동벨을 들여놓자마자 직원들이 변하더랍니다.
벨이 울리지 않으면 자기들끼리 잡담하거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더라는 거죠.
결국 사장님이 직접 고기 써는 곳을 홀로 빼고, CCTV까지 달아 관리하고 나서야 겨우 서비스가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호출벨도 소리 나는 것 대신 진동으로 바꾸면서 분위기를 잡았다고 하고요.
한가한 식당일수록 호출벨에 의존하기보다,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손님 테이블을 살피고 먼저 다가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사장님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보여줘야 하고, '우리 가게는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벨 소리만 기다리는 수동적인 서비스로는 절대 손님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미 그런 습관이 들어버렸다면, 나중에 교육해도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함정 2: 쉬는 시간인가, 손님 쫓는 시간인가? 브레이크 타임의 딜레마
브레이크 타임.
직원 휴식 보장, 식자재 준비, 매장 정비… 바쁜 식당에는 분명 운영 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게 모든 식당의 '표준 규칙'인 것처럼 착각해서는 곤란합니다.
특히, 하루 종일 파리 날리는 식당에서 브레이크 타임이 과연 필요할까요?
병원들이 몰려있는 상권의 한 돈까스집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제가 2시 반쯤 들어가 밥을 먹는 30분 동안, 무려 세 팀의 손님이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더 황당했던 건, 4시쯤 나타난 사장님이 "야, 지금부터 손님 받자!"라고 외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손님이 너무 없으니 원래 5시까지인 브레이크 타임을 임의로 줄인 거죠.
그 모습을 본 알바생의 뚱한 표정과 한숨은 덤이었고요.
이게 뭘 의미할까요?
첫째, 브레이크 타임 설정에 명확한 이유나 목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둘째, 원칙 없는 운영은 직원의 사기만 떨어뜨리고 사장과 직원 간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만 유발한다는 겁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기회, 즉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아 우리 가게를 경험하게 하고 경쟁 가게로 가는 것을 막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셈입니다.
현실적인 조언: 지금 당장 손님이 없다면, 브레이크 타임을 없애세요.
문턱을 낮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손님이 당신의 가게를 경험하게 하세요.
나중에 정말 바빠져서 브레이크 타임이 필요해지면, 그때 바꿔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원칙보다 생존, 그리고 단골 확보가 우선입니다.
(물론, 점심에만 팔기로 한 메뉴를 장사 안된다고 저녁에 슬쩍 파는 식의 '원칙 파괴'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런 건 지켜야죠.)
함정 3: 달콤한 독약, 배달 매출의 함정
홀에 손님은 없는데, 배달 주문은 계속 들어온다?
당장의 매출을 생각하면 배달은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많은 식당이 배달로 활로를 찾기도 했고요.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홀 장사를 기반으로 시작했던 식당이 단순히 '한가해서' 배달에 뛰어드는 경우, 배달은 달콤한 독약이 될 수 있습니다.
한번 그 '숫자'와 '바쁨'에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어렵습니다.
제가 만났던 한 닭발집 사장님 사례가 그렇습니다.
홀 장사가 안 돼서 배달을 시작했는데, 배달이 대박 났습니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점점 배달에만 집중하게 되더랍니다.
홀 테이블 위에는 손님 식기가 아닌 배달 포장 용기만 가득 쌓여가고, 식당 안에는 손님보다 라이더들이 더 자주 들락거렸죠.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소주 한잔하러 들렀던 홀 손님들은 다시는 그 가게를 찾지 않았습니다.
가게는 완전히 배달 전문점처럼 변해버렸죠.
사장님은 이제 와서 배달을 줄이자니 매출 감소가 두렵고, 홀만 하자니 사람 상대하는 게 싫고 귀찮아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처음 식당을 열 때의 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 거죠.
한가해서 배달을 시작한다면, 단순히 물건 팔 듯이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배달을 '홀 손님 유입을 위한 미끼'로 활용하세요.
배달 메뉴에만 있는 특별 메뉴를 만들거나, 배달 포장 안에 '매장 방문 시 사용 가능한 고급 쿠폰'을 넣어 홀 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배달과 홀의 비중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배달 비중이 80~90%가 되면, 당신의 가게는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점점 더 어려워질 겁니다.
가게의 정체성을 잃지 마세요.
당신이 왜 이 가게를 시작했는지 초심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정 4: 친절인가, 혼란인가? 애매한 예약 관리
예약.
자리가 없을까 봐 미리 잡아두거나, 음식을 바로 먹기 위해, 혹은 중요한 손님을 모시기 위해… 예약을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바쁜 인기 식당에서는 예약을 통해 효율적으로 손님을 관리하고 식자재 낭비도 줄일 수 있죠.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가한 식당에서는 예약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첫째, 민망함의 연속입니다.
텅텅 빈 가게에 예약을 받는 사장님도, 예약하고 와서 썰렁한 가게를 보는 손님도 서로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준비 부족입니다.
예약을 받았으면 최소한 예약석 표시라도 해두거나 테이블 세팅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너무 한가하다 보니 그런 디테일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약한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셋째, 불공정 시비입니다.
예약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중에 온 손님의 음식이 먼저 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가한 식당에서는 이런 모습이 더 잘 보이기 마련이죠.
먼저 와서 기다리던 손님은 속으로 '이 집은 예약해야 대접받나 보다' 생각하고 다음부터는 발길을 끊게 됩니다.
넷째, 혼란 가중입니다.
어쩌다 손님이 갑자기 몰리는 날이라도 생기면, 예약 손님과 비예약 손님이 뒤섞여 "우리가 먼저 왔다", "왜 자리 안 주냐"는 등 불만과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
깔끔한 원칙: 한가하다면, 예약을 받지 마세요.
그게 어렵다면, 전체 좌석의 30% 이내로 제한하세요.
그리고 먼저 오는 순서대로 손님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세요.
이것이 나중에 손님이 몰렸을 때 혼란을 막고 고객의 신뢰를 지키는 길입니다.
예약이 벼슬은 아니니까요.
함정 5: 혼밥족 거부? 제 발등 찍는 '2인분 이상' 고집
"저희는 2인분 이상부터 주문 가능합니다."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당신은 어쩌면 미래의 단골손님, 혹은 높은 객단가를 안겨줄 VIP 손님을 스스로 내쫓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노동력, 인건비, 월세… 다 고려해야 하는 거 압니다.
하지만 한가한 식당에서까지 '2인분 이상'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한 명이라도 더 받아서 우리 가게의 맛과 분위기를 알리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 아닐까요?
당장 1인분 더 판다고 부자 되는 거 아닙니다.
'우리 가게 룰'이라며 고집 피울 필요도 없습니다.
놀라운 사실 하나 알려드릴까요?
혼자 오는 손님이 오히려 더 비싼 메뉴를 잘 시켜 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혼밥족을 무시하시나요?
차라리 혼자 오는 손님을 위한 메뉴를 개발하거나, 테이블 배치 단계부터 1인석이나 바(Bar) 좌석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혼자 밥 먹는 일이 잦은 제 주변 지인들을 보면, 혼자 가도 눈치 안 주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만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는 1인당 15,000원 이상 쓰는 건 기본이고, 저녁에는 술까지 곁들여 3만 원, 5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경주의 한 식당은 아예 '혼밥 환영' 배너를 내걸었습니다.
관광지라 혼자 오는 손님이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 집은 혼밥 손님으로 북적입니다.
주력 메뉴인 스테이크 덮밥 가격이 2만 원인데도 잘 팔립니다.
왜? 혼자 오는 걸 환영하니까요.
거기다 하이볼 같은 가벼운 주류까지 갖춰 객단가를 높입니다.
바로 옆집은 2인분에 22,000원짜리 불고기를 팔지만, 2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하고 혼자서는 먹을 메뉴가 없습니다.
자, 어떤 가게가 더 현명하고 재밌게 장사하고 있는 걸까요?
매출보다 OOO? 한가함을 기회로 바꾸는 역발상 전략
우리는 흔히 한가할수록 '매출'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한가할수록 우리는 매출보다 '손님의 수'를 늘리는 전략에 집중해야 합니다.
왜냐고요?
오늘 온 손님 한 명이 내일 두 명을 데려오고, 그 두 명이 또 다른 손님을 불러 모으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손님을 부르고,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입소문으로 퍼져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5가지 함정은 모두 당장의 작은 이익이나 편의 때문에 더 많은 손님을 만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행동들입니다.
기억하세요.
한가해지면 이상하게 손님이 오는 게 싫어지는 그 '마음의 병'.
이 병이 깊어지면 정말 식당 문을 닫게 됩니다.
장사 자체가 싫어지는 거죠.
매장 문을 열고 기쁜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며 정성껏 서비스하는 것과, 파리만 날리다 마감 직전 들어온 손님에게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왜 이제 왔냐"는 듯 응대하는 것.
어떤 가게가 오래갈 수 있을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손님 수의 절대적인 양, 즉 '볼륨'을 늘려야 합니다.
당장의 마진이 조금 줄더라도,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우리 가게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오늘 이야기한 5가지가 모든 매장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겁니다.
음식 종류, 지역적 특성, 가게 형태에 따라 다를 수 있죠.
하지만 핵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매출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손님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며 그들의 경험에 집중하세요.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입소문은 날 겁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으니 너무 조바심 낼 필요는 없겠죠.
부디 그 '마음의 병'을 이겨내고, 다시 손님 맞이하는 즐거움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A
가장 중요한 것은 사장님의 솔선수범입니다.
먼저 테이블을 살피고 손님에게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세요.
그리고 '우리 가게는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명확한 서비스 기준과 매뉴얼을 만들고, 신규 직원 교육 시점부터 확실히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칭찬과 적절한 보상 시스템도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됩니다.
A
정답은 없지만, 홀 매출이 전체 매출의 최소 50% 이상은 차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달은 홀 손님 유치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배달 전용 메뉴 개발보다는 홀 방문 유도 프로모션(쿠폰 등)에 집중해보세요.
배달 플랫폼 수수료, 포장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홀 판매 마진율이 훨씬 높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A
매우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손님 수를 늘리라는 것은 무조건 가격을 낮추거나 손해 보면서 장사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1인 고객을 적극 유치하고,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메뉴(주류, 사이드 메뉴 등)를 개발하고, 불필요한 운영 방식(예: 과도한 브레이크 타임, 비효율적 예약 관리)을 개선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핵심은 '단기 매출'에 집착하다 '장기 생존'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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