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고른 결혼반지, 돌이킬 수 없는 선택?
곧 평생을 함께할 사람에게 반지를 선물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당신은 어떤 반지를 고를 건가요?
설마, 상대방의 취향이나 손가락 사이즈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당신 마음에 드는 디자인, 혹은 '왠지 이게 좋을 것 같다'는 감으로 반지를 덜컥 구매하진 않겠죠.
만약 그랬다간 어떻게 될까요?
사이즈가 안 맞으면 세공을 다시 맡겨야 하고, 취향에 안 맞으면 최악의 경우 반지를 아예 못 끼거나 다른 걸로 바꿔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간과 돈, 그리고 감정까지 낭비되는 셈이죠.
우스갯소리 같지만, 놀랍게도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장사를 준비하며 이와 비슷한 실수를 저지릅니다.
평생의 업이 될지도 모르는 중대한 결정을, 마치 사이즈도 취향도 모르는 결혼반지를 고르듯 시작한다는 겁니다.
상권? 아이템? '정답'부터 찾는 당신의 치명적 실수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아이템부터 정하고 상권을 찾아야 할까, 아니면 좋은 자리를 먼저 찾고 아이템을 골라야 할까?"
마치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찾듯, 둘 중 하나가 옳다고 믿고 그 길로 직진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무조건 카페를 할 거야!'라며 카페에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 헤매거나,
'이 자리가 목이 좋으니 여기서 장사해야겠다'며 어울릴 만한 아이템을 끼워 맞추려 하죠.
'일반화의 오류'와 '끼워맞추기'의 함정
하지만 안타깝게도, 둘 다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해놓고 시작하는' 방식 자체가 실패 확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기에 좋아 보이는 상권이 정말 내 아이템과 맞는지, 내가 하고 싶은 아이템이 그 상권의 고객들에게 매력적인지 객관적인 검증 없이 속단하는 것이죠.
혹은 이미 정해놓은 답(아이템 또는 상권)에 나머지 요소를 억지로 끼워 맞추게 됩니다.
마치 발에 맞지 않는 신발에 억지로 발을 구겨 넣는 것처럼요.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창업 3년 내 생존율이 20%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이런 현실을 뒷받침합니다.
나머지 80%는 어쩌면 이런 '끼워맞추기'의 함정에 빠져 힘든 길을 걷게 된 건 아닐까요?
이미 정해놓은 것을 바꾸지 못하는 고집 때문에 실패 확률을 스스로 높이고 시작하는 셈입니다.
"일단 먹어봐야 방귀를 뀐다": 정보와 조언이 생존을 가른다
옛말에 '방귀 좀 뀐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제법 실력이 있거나 잘 안다는 뜻으로 쓰이죠.
그런데 이 말을 장사 관점에서 조금 다르게 해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귀를 뀌려면, 즉 제대로 된 결과물(아웃풋)을 내려면, 일단 뱃속에 들어간 것(인풋)이 있어야 합니다.
먹은 게 없는데 나올 게 있을 리 만무하죠.
장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적인 창업이라는 '아웃풋'을 위해서는, 그전에 충분한 '인풋'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여기서 인풋이란 바로 정보 수집과 검증, 그리고 전문가 및 경험자들의 조언을 의미합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인풋'을 시작하라
성공하는 사장님들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정해놓고 시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아직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을 투자합니다.
결혼반지를 사기 전에 예비 배우자의 절친에게 밥 한 끼 사면서 사이즈와 취향을 슬쩍 알아보는 것처럼요.
장사에서도 이런 '절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바로 상권 전문가, 업계 경험자, 심지어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다른 창업자들입니다.
물론 전문가의 말이 100%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늘 변수는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그들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과정은, 적어도 그동안의 통계나 경험칙에 어긋나는 치명적인 오류는 피하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특정 상권에 어떤 경쟁업체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계약 조건(ex. 동일 업종 입점 불가)이 필요한지 등은 초보 창업자가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이런 정보들은 발품을 팔거나, 때로는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얻어야 하는 중요한 '인풋'입니다.
맨땅에 떨어진 음식만 주워 먹다가는 탈이 날 수밖에 없겠죠.
책을 통한 정보 습득 역시 훌륭한 인풋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고급 스테이크를 집에서 구워 먹는 것처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죠.
쓰디쓴 수업료: '정해진 길'의 함정
여기, '정해놓고 시작하는' 방식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가상의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특정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초보 창업자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A씨는 오피스 상권 직장인들이 아침 해장을 즐겨 한다는 점에 착안해 해장국집을 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유동 인구가 많아 보이는 아파트형 공장 건물을 발견했고, 마침 2층에 50평짜리 넓은 공간이 1층 20평짜리 가게보다 월세가 90만원이나 저렴하다는 사실에 혹했습니다.
옵션 | 위치/크기 | 월세 | A씨의 판단 |
---|---|---|---|
선택지 1 |
2층 50평 |
200만원 |
넓고 저렴함 (선택) |
선택지 2 |
1층 20평 |
290만원 |
좁고 비쌈 |
그는 '월세 90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2층을 덜컥 계약하고 해장국집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점들을 간과했습니다.
첫째, 그는 월세 90만원 차이가 과연 그만한 가치(접근성, 노출도 등)를 포기할 만큼 큰 것인지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아파트형 공장에는 구내식당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업계의 '상식'을 몰랐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오픈 6개월 만에 건물 지하에 구내식당이 들어섰고, 해장국집은 강력한 경쟁자를 맞닥뜨렸습니다.
결국 A씨는 3년간 본전치기 수준의 장사를 하다 투자금만 겨우 회수한 채 가게를 접어야 했습니다.
쓰디쓴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죠.
만약 A씨가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면 어땠을까요?
전문가는 2층 자리의 위험성(구내식당 가능성, 접근성 문제 등)을 경고했을 것이고, 어쩌면 해장국이 아닌 다른 아이템(실제로 그 자리엔 나중에 카페가 들어와 성공함)이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계약 조건(단독 입점 등)을 제안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례는 단순히 '해장국이 맛이 없어서' 망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것을 미리 정해놓고, 충분한 검증 없이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시입니다.
핵심은 맛이나 아이템 자체가 아니라, '시작하는 방식'에 있었다는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A
둘 중 하나를 '먼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충분한 정보(인풋)를 모으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시장 조사, 고객 분석, 전문가 조언 등을 통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A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가의 검증은 치명적인 실수를 막아 더 큰 손해를 예방하는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 지원 컨설팅, 업계 선배 조언, 관련 서적 탐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얻고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A
관심 상권 유동인구/경쟁업체 분석, 타겟 고객 설문조사, 유사 업종 성공/실패 사례 연구, 관련 커뮤니티 활동, 전문가 인터뷰, 통계청 등 공신력 있는 기관 자료 확인 등이 있습니다.
책 읽기도 기본입니다.
결혼반지는 사이즈가 안 맞아도 어떻게든 고쳐 낄 수 있지만, 잘못된 첫 단추를 꿴 창업은 돌이키기 어려운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할까' 보다 '어떻게 시작할까'를 먼저 고민하고, 충분한 정보와 검증이라는 튼튼한 기초 위에 당신의 사업을 쌓아 올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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