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다'는 불만, 정말 속도만의 문제였을까? (오티스 엘리베이터의 반전)
사장님들, 마케터 여러분, 혹시 고객 불만 때문에 골머리 앓고 계신가요?.
"제품이 별로다", "서비스가 느리다" 등등 고객의 목소리는 다양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 불만이 진짜 문제의 핵심일까요?.
때로는 고객조차 자신의 진짜 불만 원인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마치 빙산처럼, 겉으로 드러난 불만 밑에는 훨씬 더 크고 깊은 욕구나 감정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거죠.
자, 유명한 오티스 엘리베이터 사례를 한번 봅시다.
옛날 옛적, 사람들이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다고 아우성이었어요.
오티스는 기술력을 총동원해서 속도를 개선했지만, 웬걸, 불만은 여전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죠.
"아니, 속도를 그렇게 높였는데 왜 아직도 느리다고 하는 거야?" 답답했을 겁니다.
여기서 오티스는 기가 막힌 발상의 전환을 합니다.
'혹시… 진짜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느끼는 지루함 아닐까?'
그래서 엘리베이터 내부에 뭘 설치했게요?.
바로 거울입니다.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거나, 다른 사람들을 힐끔거리며 지루함을 잊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속도에 대한 불만이 싹 사라졌다는 거 아닙니까.
이건 단순히 거울 하나 붙인 잔꾀가 아닙니다.
고객의 피상적인 불만 너머,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다'는 심리적 불편함을 정확히 읽어낸 통찰의 결과죠.
마케팅은 바로 이런 겁니다.
고객의 입에서 나오는 말만 들을 게 아니라, 그 말 뒤에 숨은 진짜 속마음, 진짜 욕구를 찾아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이죠.
빙산의 아래를 보라! '마케팅 해부 실험' 속 숨겨진 6가지 욕구
그렇다면 고객의 숨겨진 속마음, 그 진짜 욕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한 힌트를 마케팅 전문가 황성욱 교수의 저서 "마케팅 해부 실험"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행동 이면에 어떤 심리적 동기들이 작용하는지를 파헤치는데요.
마치 의사가 인체를 해부하듯, 소비자 심리를 면밀히 분석하는 거죠.
황 교수는 소비자들이 스스로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6가지 강력한 잠재 욕구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이 6가지 욕구는 책에서 자세히 다루니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에 집중해 볼 겁니다.
)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항상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만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욕구가 구매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거죠.
따라서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깊은 내면에 자리한 이러한 잠재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시켜줄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결정 장애' 소비자를 사로잡는 힘, '순응 욕구'란 무엇인가?
자, 오늘 우리가 집중해서 파헤쳐 볼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는 바로 '순응 욕구(Conformity Desire)'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좀 딱딱하게 느껴지시나요?.
쉽게 말해 '남들 따라 하고 싶은 마음', '잘 모를 땐 전문가나 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게 안전하다고 느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성욱 교수에 따르면, 이 순응 욕구는 소비자가 스스로 '을(乙)'의 입장에 있다고 느낄 때 강하게 발현됩니다.
여기서 '을'이라는 건, 정보가 부족하거나, 전문성이 없어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상태를 말해요.
예를 들어, 최신 IT 기기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르신이나, 복잡한 금융 상품 앞에서 망설이는 사회 초년생 같은 경우죠.
이런 소비자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선택 상황 자체를 피하고 싶어 합니다.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불안하고, 그 책임지는 것도 부담스럽죠.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다른 사람들의 선택(예: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나 전문가의 권위(예: "의사 추천")에 의존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으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에이, 남들 많이 사는 거 사면 중간은 가겠지", "전문가가 좋다고 하니 믿을 만 하겠지" 이런 생각, 우리도 평소에 많이 하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순응 욕구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마케터는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와인, 어렵다고요?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순응 욕구 공략법)
자, 그럼 이 '순응 욕구'를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아주 좋은 예시가 바로 '와인 시장'입니다.
여러분, 와인 코너에 가보시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저 같은 '와알못(와인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일단 머리가 아찔해집니다.
프랑스, 칠레, 이탈리아... 나라는 왜 이리 많고,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포도 품종은 또 왜 이리 복잡한가요.
가격대도 천차만별이고, 라벨 디자인도 다 제각각이죠.
선물이라도 해야 할 때는 정말이지 뭘 골라야 할지 막막합니다.
바로 이런 소비자들이 '을'의 입장에 놓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뭘 믿고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죠.
이때,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와인병에 붙어 있는 작은 스티커들이죠.
"세계 판매 1위", "OO 와인 대회 금메달 수상", "유명 배우 OOO가 추천한 와인", "대한민국 소믈리에 추천" 같은 문구들 말입니다.
이런 문구들은 복잡한 와인 세계에서 길을 잃은 소비자들에게 마치 '등대'나 '안전 표지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 뭔진 몰라도 사람들이 많이 마신다니 괜찮겠지", "전문가가 상까지 줬다니 품질은 보장되겠네" 라며 안심하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거죠.
와인의 맛과 향이라는 본질적인 가치 외에도, '이걸 선택하면 실패하지 않을 거야'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함으로써 순응 욕구를 정확히 건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마트 와인 코너에 유독 저런 스티커들이 많이 붙어 있는 이유죠.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는 아주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인 셈입니다.
1865 와인, 어떻게 골퍼들의 마음을 훔쳤나? (스토리텔링 전략)
순응 욕구를 활용한 마케팅의 '끝판왕' 사례 중 하나로 칠레 와인 '1865'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혹시 골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와인 이름, 한번쯤 들어보셨거나 선물해보셨을 겁니다.
사실 '1865'는 와이너리가 설립된 연도를 뜻하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 평범한 숫자가 어떻게 한국 시장, 특히 골퍼들 사이에서 '대박'을 쳤을까요?.
비결은 바로 기가 막힌 스토리텔링에 있었습니다.
수입사에서 "18홀을 65타에 치라"는 의미를 부여한 겁니다.
골퍼들에게 '꿈의 스코어'인 65타를 와인 이름과 연결시킨 거죠.
"이 와인을 선물하면 18홀에 65타를 칠 수 있다더라", "1865 마시고 싱글 치자!" 와 같은 이야기가 골퍼들 사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자, 여기서 다시 '을'의 입장에 놓인 소비자를 떠올려 봅시다.
골프는 즐기지만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중장년층 남성 골퍼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비즈니스 상 접대나 지인 선물로 와인을 구매해야 할 때가 많은데,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늘 고민이죠.
비싼 와인을 사자니 부담스럽고, 너무 싼 걸 사자니 없어 보일까 걱정됩니다.
이때 "18홀 65타" 스토리는 이들에게 완벽한 '선택의 명분'을 제공합니다.
와인 맛은 잘 몰라도, 골프와 관련된 좋은 의미가 담겨 있으니 선물하기에도 좋고, 받는 사람도 기분 좋죠.
가격대도 적당해서 부담 없고요.
즉, 1865 와인은 단순히 맛있는 와인을 파는 것을 넘어, '골프장에서 선물하기 좋은, 의미 있는 와인'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와인 문외한인 골퍼들의 순응 욕구를 정확히 충족시킨 겁니다.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 없이, 그럴듯한 스토리가 있는 '안전한 선택지'가 되어준 거죠.
그 결과 1865는 '골프 와인'의 대명사가 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제품 자체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이처럼 소비자의 심리적 허점을 파고드는 스토리텔링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고객의 마음을 여는 열쇠: 숨겨진 욕망을 읽는 마케터가 되라
오늘 오티스 엘리베이터부터 1865 와인까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고객의 숨겨진 심리와 욕구를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정보가 부족하거나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소비자들이 보이는 '순응 욕구'를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봤죠.
결론은 간단합니다.
마케팅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기술이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안에 숨겨진 욕망을 찾아내어 충족시켜주는 과정, 어찌 보면 '심리 게임'이자 '예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하는 말의 표면적인 의미만 쫓아서는 절대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없습니다.
왜 저런 불만을 이야기할까? 그 이면에는 어떤 불편함이나 불안함, 혹은 기대감이 숨어 있을까? 끊임없이 질문하고 파고들어야 합니다.
"마케팅 해부 실험"에서 제시된 '순응 욕구'는 우리가 공략할 수 있는 수많은 소비자 심리 중 하나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심리적 요인들을 이해하고,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결하여 고객에게 '선택의 명분'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전략을 고민하는 자세입니다.
그러니 사장님들, 마케터 여러분.
이제부터라도 고객의 목소리 너머, 그 마음속 깊은 곳의 진짜 욕망을 읽는 연습을 시작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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